[추억의 빙그레 다이나마이트 삼총사] (상) 강정길, "삼성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OSEN 기자
발행 2008.12.10 07: 43

강정길 경북고 감독은 현역 시절 1980년대 빙그레(한화 전신) 다이나마이트 타선의 주역. 10년간 선수로 활약하며 단 한 번도 타격 타이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강타자의 필수 조건이라고 일컫는 3할 타율,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득점 찬스에서 적시타를 때릴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한 타자로 회자되고 있다. 강 감독은 한화 타격 코치, 청주기공 감독을 거쳐 지난 2007년 2월 모교 사령탑으로 부임해 후임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OSEN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에 걸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빙그레 다이나마이트 타선'을 되돌아본다. ▲"보이소, 나도 대구 사람이구마" 지난 8일 경북고 야구장에서 만난 강 감독은 '다이나마이트 타선'이라는 표현에 대해 "기자들이 좋게 써준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경북고-영남대를 졸업한 뒤 고향팀의 부름을 받지 못한 강 감독은 삼성과의 대결에서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강 감독은 "삼성에 못 갔다는 이유 때문인지 유독 삼성이랑 붙으면 방망이가 잘 맞더라. 그래서 대구팬들이 나를 싫어했었다. 예전에 대구 원정 경기 때 어떤 팬이 내게 욕설을 퍼붓더라. 그래서 '보이소, 나도 대구 사람이구마'라고 대답했다"고 웃었다. 그는 10년간 빙그레(한화) 유니폼만 입어 '충청도 출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사람들은 내가 충청도 출신으로 알더라. 심지어는 고교 동문들도 내가 경북고 출신이라는 말에 놀란다". ▲"어떤 투수가 나와도 두렵지 않았다" 강 감독은 이강돈(청주고 감독), 이정훈(북일고 감독)에 대해 "정말 뛰어난 타자"라고 추켜 세웠다. 대구상고 출신 이강돈과 이정훈도 고향 팀에 외면당한 뒤 빙그레 유니폼을 입고 국내 최고의 강타자로 명성을 떨쳤다. 그는 "타선이 정말 좋았다. 3점을 허용해도 두렵지 않았다. 어떤 투수가 나와도 안타를 때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고 기억했다. 당시 빙그레 타선은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나 다름 없었다. 1번부터 9번까지 어느 누구도 섣불리 상대하기 힘들 정도. 강 감독은 "예전에 MBC가 대전 한화전에서 19연패 당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에는 우리가 서울에 가면 OB(두산 전신)와 MBC 선수들이 경기 전 삼계탕을 먹고 경기에 나섰다"고 웃었다. ▲김영덕 감독, "득점 찬스에 강한 타자" 그는 김영덕 전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4번 타자로 나섰다. 재일교포 출신 강타자 고원부는 김 감독을 찾아가 강 감독의 4번 기용에 대해 물었다. 김 감독은 "찬스 때 득점타를 때릴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우리 팀에서 1사 3루에서 외야 플라이를 날릴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좋은 타자 한 번 찾아보라"고 대답했다. 고원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데뷔 후 단 한 번도 3할 타율,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것에 대해 "그 당시 나에게는 기록 자체가 의미없었다. 지금처럼 선수들에게 많은 연봉을 안겨주면 열심히 뛰었겠지"라고 농담을 던지며 "감독님이 경기가 지고 있으면 '다음 경기에서 잘 하라'며 주전 선수들을 위해 교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아마 선수들의 가능성 발견에 뿌듯" "프로는 일정 테스트를 거쳐 기본 실력을 갖춘 선수들의 집합체이지만 아마 선수들은 훈련을 시키다보면 소질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없이 이 선수들로 꾸려야 하는 단점도 있다". 강 감독이 생각하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이다. 그는 "기량이 부족한 신입생 선수를 보면서 '야구할 수 있겠냐'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그러나 그 선수가 키가 자라고 힘이 붙어 실력이 향상되면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지도자 차이는 무엇일까. 강 감독은 "프로 선수들은 가르치기보다는 조언하는 부분이 많다. 반면 아마는 하나 하나 다 가르쳐야 한다. 몸이 기억할때까지 훈련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승리에 집착하는 아먀 야구가 아쉽다" 강 감독은 승리에 집착하는 아마야구의 현실에 대해 개탄했다. 그는 "애들이 너무 이기는 야구를 하려는 것 같다. 고교 선수이지만 캐치볼도 잘 안 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고 꼬집은 뒤 "선수들의 기본기를 강조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애들을 몰아칠 수 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야구 만큼 사회성에 큰 도움을 주는 스포츠는 없다는게 강 감독의 생각. "야구는 룰 운동이다. 일반 학생들보다 공부는 부족하지만 인성 교육에 좋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사회에서 살아가며 룰을 지켜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야구 선수들이 크게 나쁜 일을 하지 않는다고 본다. 야구할때 노력했던 만큼 사회에서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what@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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