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 이름을 팬들에게 돌려주자
OSEN 기자
발행 2008.12.10 07: 44

[OSEN=김대호 객원기자]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내년부터 유니폼에 '볼티모어'라는 도시 명을 써 붙이기로 했다. 무려 30년 만이다. 볼티모어가 연고지 도시 명을 부착하지 않은 것은 인근 워싱턴 DC까지 흡수하려는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워싱턴에 프로야구팀이 생기면서 연고지를 넘겨줘 볼티모어 팬들에게 충성하기 위해서다.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가 궁극적으로 가야할 팀 명칭을 '서울 히어로즈'라고 밝혔다. 스폰서에게 팀 이름을 내준다 해도 '서울 히어로즈'만은 유지하고 싶다는 뜻이다. 히어로즈의 공식 명칭에 '서울'이 붙는다면 우리나라 프로야구 팀으로선 사상 처음으로 팀 이름에 도시 명이 등장하는 것이다. 프로야구는 팬들의 응원을 먹고 사는 스포츠다. 그 동안 각 구단은 연고지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러나 불행히도 팀 명칭에 도시 이름을 붙이는 일엔 매우 인색했다. 후발구단 SK는 인천에 동화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SK를 인천 시민들의 고향 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지난 2007시즌 토요일 홈 경기에 '인천' 이라는 영문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나오는 등 여러 가지 기획을 했지만 가장 직접적인 방법인 '인천'을 팀 명칭에 삽입하는 작업은 하지 않았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은 대부분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기업의 계열사다. 이런 기업의 이름을 앞에 붙인다고 특별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야구팀 이름을 팬들에게 돌려주는 일은 일본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세이부 라이온스는 1980년대 후반부터 10년 가까이 전성기를 누린 뒤 2000년대 들어 침체를 거듭하다 올해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라 옛 명성을 되찾았다. 세이부는 예전 화려한 전성기 부활을 꿈꾸며 지난해부터 팀 이름에 연고지인 '사이타마'를 붙였다.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스로 새롭게 태어나면서 정상에 오른 것이 우연의 일치는 아니다.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스 뿐 아니라 지바 롯데 마린스, 히로시마 도요 카프, 도쿄 야쿠르트 스월로스 등 그 동안 연고지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던 일본 프로야구엔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도시 이름을 맨 앞에 붙이는 까닭은 팬들에게 팀을 돌려주는 차원에서다. 연고지 팬들이야 말로 구단이 존재하는 이유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 히어로즈'의 탄생이 다른 구단에도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되길 기대해 본다. 지난 2007시즌 SK 선수단이 인천이라는 도시명을 적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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