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같은 스토리가 2008시즌 두산 외야를 수놓았다. '타격왕' 김현수(20)와 '득점 1위' 이종욱(28)이 외야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며 야구 팬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이종욱과 김현수는 11일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 3층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골든 글러브 시상식서 각각 202표, 316표를 획득하며 골든 글러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종욱은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쾌거이며 김현수는 데뷔 3년 만에 처음 골든 글러브를 차지하는 감격을 맛봤다. 이종욱과 김현수의 성공은 그들이 위기 속에서 난관을 뚫고 얻어낸 값진 결과물이라 더욱 눈부시다. 선린상고(현 선린 인터넷고)-영남대를 거치며 청소년대표, 국가대표를 두루 거쳤던 이종욱은 2003년 현대 입단 후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2005년 상무 제대와 함께 방출 수모를 겪었다. 아마추어 시절 각광받던 유망주가 프로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전락'할 위기에 처했으나 이종욱은 포기하지 않았다. 고교 시절 절친했던 손시헌(28)의 소개로 우여곡절 끝에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종욱은 그 해 51개의 도루로 '도루왕'에 올랐다. 이종욱의 활약은 그대로 이어졌다. 지난해 3할1푼6리 1홈런 46타점 47도루를 기록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끄는 동시에 데뷔 첫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이종욱은 올시즌 베이징 올림픽까지 출장하는 고역 속에서도 3할1리 28타점 47도루의 성적으로 금메달과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공헌했다. 당초 목표였던 팀 우승을 이루는 데는 실패했지만 주루에 불편함을 가져다주는 탈장 증세에도 불구하고 몸을 아끼지 않았던 그의 활약은 성적 그 이상의 것이었다. 이종욱은 "성적이 안 좋아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받게 되어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며 겸손하게 수상 소감을 밝힌 뒤 "내년에는 더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말로 다음 시즌 분발을 기대하게 했다. 2008시즌 두산 야구는 김현수의 활약을 빼놓고 서술할 수 없다. 올시즌 3할5푼7리 9홈런 89타점을 기록하는 등 타격 3관왕(타율, 최다안타-168개, 출루율-4할5푼4리)에 오른 김현수는 신일고 시절 김문호(21. 롯데)와 함께 고교 야구 양대 좌타자로 각광받았으나 2차 지명서 고배를 마셨다. 명문대의 스카우트 제의를 마다한 채 두산에 신고 선수로 입단, 쉽지 않은 길을 택한 김현수는 신고 선수 딱지를 떼어낸 뒤 지난 시즌 초반 팬들의 비난을 묵묵히 견뎌낸 끝에 2할7푼3리 5홈런 32타점을 기록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 김현수는 '폭발'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정확한 타격을 선보였다. 특히 김현수는 또래 타자 답지 않은 정확성을 바탕으로 타격왕에 등극하며 위력을 발산했다. 비록 SK와의 한국시리즈서 21타수 1안타로 고배를 마시기도 했지만 그가 타석에서 보여준 정확한 스윙은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김현수는 수상 직후 "여기까지 올 수 있게 출장 기회를 주신 김경문 감독님께 감사드리며 김민호 코치, 김광림 코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제자' 김현수가 보여준 각고의 노력이 없었다면 눈부신 성적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종욱과 김현수는 평범한 사람이 감당해내기 힘든 위기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며 값진 상을 거머쥐었다. 야구 인생의 위기를 자신들의 힘으로 이겨 낸 이종욱과 김현수가 앞으로도 변함없이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 보답할 수 있을 지 다음 시즌이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이종욱-김현수.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