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규라인은 어디로 갔을까
OSEN 기자
발행 2008.12.15 11: 08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십수년동안 TV 예능 프로그램의 대부로 활약하던 개그맨 이경규(48)가 잠시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규라인의 방송 출연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규라인이란 이경규가 밀어주고 당겨주는 후배 개그맨들을 자칭 타칭 가리키는 말이다. 방송가 예능을 주름잡던 규라인의 약세는 SBS 주말 '라인업'이 시청률 부진으로 일찌감치 막을 내리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주말 1000회를 돌파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터줏대감인 이경규는 '일밤'을 통해 많은 예능 후배들을 발굴하고 키웠다. '몰래 카메라' '양심 냉장고' 등 숱한 히트 코너가 그의 전성기를 채웠고 강호동 김용만 등 일부 규라인은 일찌감치 독립해 톱MC 로서의 독자적인 아성을 쌓았다. 뒤늦게 합류한 김구라도 어느새 겹치기 출연에 바쁠 정도로 확실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이윤석 등 이경규 진행의 프로에서 보조 MC나 게스트로 계속 출연했던 규라인들은 최근 방송을 통해 얼굴 보기가 힘든 실정이다. 줄곧 이경규의 뒤만을 좇다보니 정글의 법칙이 살아 숨쉬는 거친 예능판에서 자생력이 약해진 탓이다. '라인업'에 이어 지난 5월 MBC '일밤 - 간다투어'마저 조용히 막을 내린 게 규라인에게는 결정타였다. '라인업'과 '간다투어'는 기획부터 출연진 캐스팅, 진행 등 모든 면에서 이경규의 입김이 강하게 불었고 의욕적으로 덤볐던 프로들. 예상외로 시청률이 낮게 나오면서 조기 종영의 아픔을 동시에 겪었고 규라인에 대한 비난까지 등장했다. 또하나 원인은 예능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른 리얼 버라이어티의 집단MC체제가 데뷔 28년차로 카리스마를 앞세우는 호통 개그의 원조 이경규와 잘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SBS '패밀리가 떴다'의 유재석이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약관 아이돌 대성과 덤앤더머 형제로 시청자를 웃겨야하는 게 집단MC체제의 힘이자 묘미다. 이경규는 '퀴즈 육감대결' 같은 단독 진행 예능에서 자신의 수십년 노하우와 경력을 뽐내지만 리얼 버라이어티로 갔을 때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 달 24일 방송될 MBC ‘놀러와’에 출연해 “요즘 부쩍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다. “대기실에 있어도 후배들이 슬쩍 인사만 하고 나가지 같이 이야기를 하려 하지 않는다” 고 속마음을 털어 놓은 게 그 한 부분이다. 그는 “예전에는 녹화 들어가기 전에 수다도 떨고 그랬는데 후배들이 나를 어려워하는 것인지 인사만 하고 나가버린다. 그렇다고 붙잡을 수도 없지 않겠나” 라며 씁쓸한 심경을 드러냈다. 후배를 편하게 대할려고 해도 이미 군기 센 개그맨 사회에서 최고 원로급의 자리에 오른 그를 편하게 대할 후배는 흔치않다. 문제는 시청자를 편히 웃겨야할 방송에서도 이같은 대접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14일 오후 '일밤' 1000회 특집에 등장한 이경규의 모습은 여전히 예능의 황제다운 모습을 잃지 않았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몰래 카메라' 베스트를 틀어주는 와중에 터져나오는 그의 재담은 동료와 시청자의 배꼽을 잡기하기에 충분했다. 규라인을 떠나 보내고 홀로서기에 나선 이경규가 어떤 식으로 화려한 부활에 성공할 지에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2009년 예능이다. mcgwire@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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