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감 있는 스토리와 송혜교, 현빈 등 톱스타들의 출연으로 주목 받았던 노희경 작가와 표민수 감독의 합작 KBS 2TV 월화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이 오늘(16일) 16부로 종영한다.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드라마 PD 주준영(송헤교 분)과 정지오(현빈 분)의 사랑 이야기를 표면에 내세웠지만 작가 스스로의 고민과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하듯 끊임없이 드라마와 현실 사이의 간극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했다. 노희경 작가만큼 자신의 색깔이 뚜렷하고 대중에게 인정받는 작가도 드물다. 때문에 ‘그들이 사는 세상’은 ‘송혜교 주연작’ ‘현빈 주연작’ 혹은 ‘표민수 감독작’ 보다는 ‘노희경 작품’으로 대변됐다. ㅇ에 걸맞게 노희경 작가는 판타지 가득한 방송국을 배경으로 특유의 리얼리티를 마음껏 발휘했지만 시청률은 5~6%대에 머물렀다. 내 이야기 같이 절절했던 현실 같은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감 있고 공감가는 스토리다. 매회 담담하고 차분하게 읊조리는 주준영과 정지오의 내레이션은 젊은 시청자들이 가슴 절절히 공감할 정도로 현실적이고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는 꾸밈 없고 가식 없이 솔직하다. 드라마처럼 쿨하게 살길 원했던 두 주인공은 서로를 사랑할수록 자신이 그렇게 ‘쿨’ 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연인 김민철(김갑수 분)과 윤영(배종옥 분), 손규호(엄기준 분)와 장해진(서효림 분) 등 모두가 사랑 앞에서 쿨한 척 하지만 끝끝내 쿨할 수 없는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만다. 돈 많은 여자 친구 앞에서 당당할 수 없는 지오, 천박한 엄마 때문에 초라한 준영, 배우인 여자친구의 키스신에 질투 느끼는 규호, 윤영의 많은 남자 중 한 사람이 되더라도 상관없다 했지만 질투하고 신경 쓰는 민철 등 모두 우리의 모습이다. 드라마와 현실 사이의 괴리& 웰메이드 드라마와 시청률 사이의 간극 하지만 우리의 삶이, 사랑이 그렇게 드라마틱하지 않듯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그냥 물 흐르듯 흘러간다. 그러나 판타지 없는 드라마는 대중들의 구미가 돌지 않는다. 동 시간대 방영되는 인기작 ‘에덴의 동쪽’은 ‘통속적이다’ ‘유치하다’ ‘비현실적이다’ ‘어이없는 설정’이라며 온갖 비난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건 드라마가 가진 오락적 기능에 철저히 충실했다. 그에 반해 ‘그들이 사는 세상’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 간다. 심지어 노희경 작가는 ‘드라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한다. ‘드라마는 그냥 흥미롭게 만들어 시청률만 잘 나오면 된다’고 생각했던 준영이 지오를 만나 ‘인생을 담으려고 했지만’ 현실과 드라마 사이의 괴리감만 느끼며 혼란스러워했다. 끊임없이 드라마와 현실의 상관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그들이 사는 세상’은 시청자에게 어렵고 불편한 드라마일 수 있다. 결국 ‘그들이 사는 세상’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을 받으면서도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버린 셈이다. 담백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로 승부수를 걸었던 제작진의 시도가 돋보였지만 다시 한번 ‘웰메이드 드라마’와 ‘시청률’ 사이의 간극을 확인시켰다. miru@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