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이 강조한 '포수의 필수 요소'
OSEN 기자
발행 2008.12.17 10: 11

"바운드 된 공이 연속으로 3개가 나왔는데 웃으면서 던져주더라." 베테랑 포수 김정민(38. LG 트윈스)이 포수 자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시즌 71경기에 나서 3할3리 1홈런 17타점으로 나이를 무색케 한 활약을 펼친 김정민은 1년 간의 공백에도 불구, 탁월한 기량을 선보이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16일 잠실구장서 만난 김정민은 2007년 고교, 대학 졸업 예정자들을 지켜보며 신인 선수 수급에도 힘을 기울인 바 있다. 특히 2007년 드래프트 2차 2순위로 입단했던 성남서고 출신 이범준(19)은 김정민 스카우트의 작품으로도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김정민은 그에 대해 묻자 손사래를 치며 "그냥 '저 선수 괜찮아 보인다'라고 이야기 한 게 크게 와전된 것일 뿐이다. 당시 내 역할은 쓸만한 포수 유망주를 찾는 것이었다"라고 답했다. 김정민은 이범준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쯤 제주도에서 이범준의 피칭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구위가 굉장히 좋아보였다. 공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도 높은 편이라고 생각 되었고 투구 매커니즘이 매력적이었다. 괜찮은 선수같아 보여서 스카우트 팀에 넌지시 이야기한 것 뿐이지 내가 (이)범준이를 발탁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본업이었던 포수 발굴에 대해 묻자 김정민은 1년차 포수 김태군(19)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부산고 출신 김태군은 2007년 2차 3순위로 지명된 유망주로 당시 고교 졸업 예정자 중 인사이드 워크와 블로킹 능력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던 수비형 포수다. "사실 대학 선수까지 포함하면 성균관대 출신 이희근(23. 한화)이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가장 먼저 점찍었던 건 이희근이었고 두번째가 (김)태군이었는데 쿨하고 활달한 성격이 맘에 들어 (김)태군이를 지명하게 되었다" 김정민이 김태군의 장점으로 꼽은 것은 연속된 폭투에도 생글생글 웃어보인 긍정적인 성격이었다. "부산고 경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3번 정도 잡기 어려운 원바운드 볼이 날아왔다"라며 운을 뗀 김정민은 "그 상황에서 얼굴을 찡그리거나 화를 내면 투수가 위축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김)태군이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괜찮다'며 공을 투수에게 건넸다. 포용력을 갖춰 좋은 포수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는 말로 김태군의 첫 인상을 떠올렸다. 포수 자리에 대한 애정과 해박한 지식을 갖춘 김정민에게 최근 학원 야구서 일어나고 있는 '포수 기근' 현상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질문에 대해 그는 포수라는 직업에 대한 어려움과 애착을 동시에 이야기했다. "포수라는 자리는 분명 어렵다. 개인 훈련과 종합 수비 훈련은 물론 불펜에서는 투수들의 공을 직접 받아야 한다. 경기 중은 물론 훈련 시에도 몇 배의 힘이 들기에 훈련을 마치고 나면 무릎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오기도 한다. 그러나 야구계에서 오래 남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포수를 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뒤이어 김정민은 "불펜 피칭 시 투수들은 4명이 한 조로 한 포수에게 개인 당 100개 가까운 공을 던진다. 투수들은 100개의 공을 던지는 것이지만 포수는 400번 동안 공을 받아야 한다. 힘든 일이지만 내 힘이 떨어진다고 미트가 밑으로 뚝뚝 떨어지면 마지막 순번의 투수는 첫 공을 던지는 순간 덩달아 의욕을 잃게 된다"라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인내심을 덕목 중 하나로 꼽았다. 또한 그는 "투수의 기를 살려주는 역할은 포수가 하게 된다. 투수가 낮게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걸치는 공을 던졌을 때 포수가 제대로 잡아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게 되면 경기 양상까지 바뀔 수 있다"라며 경기의 숨은 주인공이 포수라는 점에 대해 자부심을 나타냈다. 김정민은 선수 생활만이 아닌 코칭스태프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포수 자리의 장점으로 꼽았다. "현재 국내 야구계서도 배터리 코치 재원은 한정되어 있다. 또한 포수로 뛰면서 경기를 보는 눈 또한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야구에 대한 애착과 자질을 갖춘 어린 선수가 있다면 포수를 택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포수 포지션에 대해 고민하는 유망주들에게 내가 건네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다" 그동안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학창 시절 수업과는 유리된 채 운동에만 힘쓰는 경우가 많았다. 오랜 시간 동안 '포수'로 뛰어 왔던 김정민은 그저 공을 주고 받는 포수가 아닌 '인내심'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실력과 내면의 인성을 함께 갖춘 포수 유망주들이 많아지길 바라고 있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그의 대답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물씬 배어 나왔다. farinelli@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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