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이 개막되기 전 스프링캠프에서 삼성의 간판스타 양준혁(39)은 함께 타격 훈련 중이던 ‘거포’ 심정수(33)에게 “정수야 살살해라”며 농담을 던졌다. 양준혁에게 심정수는 팀 후배이자 한국 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 홈런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라이벌. 양준혁은 “정수야 내가 먼저 신기록을 달성하고 넌 그 후에 계속 기록을 경신해라”며 농담을 건네자 심정수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이 때만 해도 이 부문 기록보유자인 장종훈(현 한화 코치)의 340개에 양준혁은 9개, 심정수는 15개 차이로 접근해 있던 상황이었다. 양준혁이 심정수에게 이런 농담을 건넨 배경에는 심정수가 2007 시즌 홈런 31개로 홈런왕에 등극하며 화려하게 부활했기 때문이었다. 양준혁도 2007시즌 22개를 때렸지만 심정수가 상승 페이스에 있고 젊기 때문에 첫 번째 신기록 수립은 양준혁 자신이 하고 그 후에 기록달성은 심정수가 계속하라는 주문이었다. 일단 신기록 작성에 이름을 먼저 올리고 싶은 양준혁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낸 장면이었다. 어차피 최다 홈런 주인공은 심정수가 유력한 상황이므로 잠시나마라도 자신이 정상의 기쁨을 누리고 싶었던 것. 하지만 둘의 올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 경쟁은 무위에 그쳤다. 양준혁은 초반 부진으로 8홈런에 그쳐 타이기록에 한 개 남겨놓은 채 시즌을 마감해야 했고 심정수는 부상으로 3개만을 때리고 지난 17일 돌연 은퇴를 선언해버렸다. 내년 시즌 신기록 달성을 노리고 있던 양준혁으로선 갑작스럽게 선의의 라이벌을 잃어버리게 됐다. 심정수의 은퇴로 최다 홈런 레이스가 김빠지는 형국이 됐지만 양준혁으로선 오랫동안 ‘최다 홈런 주인공’으로 남을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될 전망이다. 양준혁이 내년 시즌 초 홈런 2발을 추가, 장종훈의 기록을 뛰어넘게 되면 명실상부한 한국 프로야구 최다 홈런왕이 된다. 그렇게 되면 당분간은 양준혁의 기록을 추월할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유력한 경쟁자였던 심정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이 부문 4위는 일본 프로야구로 건너간 이승엽(요미우리)의 324개이고 그 뒤로 박경완 287개, 박재홍(이상 SK) 274개, 송지만(히어로즈) 261개 등의 순이다. 따라서 양준혁이 340개를 뛰어넘고 계속 신기록 행진을 벌이면 4~5년간 새로운 기록이 나올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신세대 거포인 김태균(한화)과 이대호(롯데)는 각각 169개, 126개로 양준혁과는 거리가 멀다. 심정수의 갑작스런 은퇴로 ‘기록의 사나이’로 40대까지 현역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양준혁의 자기관리 비법이 다시 한 번 돋보이는 시점이다. sun@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