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계의 수장인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인선을 둘러싸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프로야구 8개 구단 사장단이 한국야구위원회(KBO) 차기 총재로 유영구 명지학원 이사장을 추대했다는 소식에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KBO도 18일로 예정됐던 유영구 이사장 추대를 결정하기 위한 이사회를 23일로 갑자기 미뤘다. 하일성 사무총장의 모친상에 따른 연기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문화부는 KBO 총재의 최종 승인권을 쥐고 있으며 정부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반응에 초점이 모아진다. 벌써부터 '이러다 유영구 이사장의 추대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998년 박용오 당시 OB 베어스 구단주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추대 총재'가 탄생할 것인가. 아니면 결국 17대 KBO 총재 역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것인가. 혼선을 빚고 있는 차기 총재 인선과 관련해 가능한 시나리오를 크게 3가지로 압축해보자. 구단의 자율권 인정과 유영구씨 새총재 부임 우선 정부가 8개 구단의 의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문화부는 '체육 단체장 인선문제'라며 통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처사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8개 구단 사장단이 합의했다는 것은 곧 야구계 전체를 대변하는 목소리일 수 있다. 정부가 승인 거부 혹은 반려함에 따라 야구계로부터 집단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음은 물론 여론의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썩 내키지 않지만' 사장단의 '자율권 확보'를 위한 의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경우 유영구 이사장은 별 어려움 없이 야구계 수장에 오른다. 가장 출혈이 없는 시나리오지만 구체적인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이대로 될지 의문이다. 정부 코드 인사와 새로운 인물 여러가지 파문이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다. 결국 '불쾌함'을 표시한 문화부가 승인을 거부하고 정부 인사가 차기 총재가 된다. 이는 곧 모기업을 대표하는 사장단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사장단들의 체면은 땅에 떨어질 것이 뻔하다. '역시 기업하는 사람들은 정부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힘의 논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셈이다. 야구계에 미칠 파장도 엄청날 전망이다. '낙하산 인사' 혹은 '코드 인사'에 대한 우려는 야구팬들에게 낙담을 가져오고 당장 내년 프로야구 흥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 인물에 따라 그 저항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야구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인사를 정부에서 내려 보낼 경우다. 즉 객관적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직접적인 '파워'를 발휘, 야구계 현안을 척척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인사라면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다. 이럴 경우 사장단을 비롯한 야구계 전반은 오히려 고개를 끄덕여 납득할 가능성도 있다. 제3의 손(?) 위에 두 가지 사항이 적절하게 사용되는 경우다. 사장단의 추대에도 불구하고 유 이사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차기 총재직을 받아들인다는 뜻을 직접적으로 나타낸 적이 없다. 때문에 정부쪽에서 불쾌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KBO 이사회가 열리기까지 유 이사장의 정치력에 따라 향방이 갈려질 가능성이 있다. 유 이사장이 정부와 협의를 잘하면 자연스럽게 총재에 오를 것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그 외에도 이사회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도 있고 사장단이 자신들의 자율권 확보를 위해 정부와 협상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사장단이 정부의 방침을 따르는 대신 몇가지 안전장치를 내놓을 수도 있다. 물론 모그룹을 먼저 염두에 둬야 하는 사장단으로선 정부측과 협상력을 발휘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letmeout@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