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총재, '낙하산'이 안되는 이유는
OSEN 기자
발행 2008.12.19 07: 50

[OSEN=김대호 객원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선출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속셈이 드러났다. 문화부는 지난 16일 KBO 이사 간담회에서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차기 총재로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에 대해 '절차를 무시했다'고 논평했다. 덩달아 18일 총재선출을 위해 예정됐던 이사회가 23일로 연기됐다. 문화부에선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을 뿐 인물을 바꾸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KBO에 '처음부터 다시 하라'는 사실상의 경고 메시지다. KBO가 이사회를 5일씩이나 뒤로 미룬 것은 시간을 갖고 정부의 의중을 살피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은 23일 이사회 결과에 모아지고 있다. 여러 가지 경우가 상정되지만 크게 두 가지다. 유영구 이사장을 추대할 것이냐 아니면 백지화할 것이냐이다. 이 시점에서 야구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스포츠계 전체 더 나아가 온 국민은 KBO 이사회의 선택을 주시하고 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프로야구 8개 구단 사장들인 KBO 이사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굴지의 대기업인 KBO 회원사들이 청와대와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사회를 5일 늦춘 것이 이 같은 우려를 더욱 부채질한다. 그 동안 KBO는 정치권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관선 총재로 엄청난 피해를 봤다. 야구발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취임사가 무색하게 취임 한 달도 안 돼 입각한 인사도 있었고, 지저분한 개인비리로 낙마한 사람도 여럿이다. 전임 신상우 총재의 경우에서도 정치권 인사가 얼마나 허망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신상우 총재가 지난 3년 동안 잘 한 일이라곤 WBC에서 4강에 오른 대표선수들이 받은 병역특례밖에 없단 말이 있다. 신상우 총재는 재임 동안 금쪽같은 야구기금 130억 원을 탕진했고, 정체불명의 투자회사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를 8구단으로 끌어들이는 큰 과오를 저질렀다. 야구인과 구단의 여망이었던 야구장 건설, 구장사용료 현실화 등 현안은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신상우 총재가 할 수 있는 일은 처음부터 없었는지 모른다. 야구인들이 총재에게 바라는 점은 구단의 경영 합리화를 가져올 수 있는 야구산업 활성화,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조 등으로 집약되는데 이런 면에서 정치권 총재의 역할이 대단히 취약하다. 지금까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정치권 총재를 받아들인 이유는 야구 인프라 구축 면에서 이들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치적으로 입심이 세다 하더라도 지자체에 압력을 넣어 실현시키는 시대는 지나갔다. 새로 취임할 총재는 9, 10구단 창단을 유도하고, 야구단의 누적된 적자폭을 줄여 나가야 하며, 국제화에 걸 맞는 야구산업 선진화를 이끌 재목이어야 한다. 그러자면 뛰어난 경영 마인드와 국제 감각 그리고 야구에 대한 남다른 식견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KBO 이사회는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조건에 부합된 인물을 총재로 추대했다. 야구팬 아니 국민들은 KBO 이사회가 청와대와 정부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올곧게 그 뜻을 관철시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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