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의 자존심을 부탁해." 지난 1995년 15승을 올리며 OB(두산 베어스의 전신)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권명철(39) 두산 2군 투수코치가 새로운 16번의 주인공이 된 노경은(24)에게 다음 시즌 분발을 촉구했다. 현역 시절 실력을 갖춘 미남 투수로 명성을 떨쳤던 권 코치는 해태-SK를 거친 뒤 2003시즌 두산으로 복귀, 그 해 말엽 은퇴한 뒤 2군에서 유망주들을 지도하고 있다. 19일 잠실 구장서 노경은을 만난 권 코치는 "최근 2년 간 두산에서 16번을 달았던 선수들이 혁혁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네가 내년에 잘 던져줬으면 좋겠다"라며 노경은의 활약을 기대했다. 권 코치가 1999년 해태로 이적한 후 두산의 16번 계보는 최훈재(42. 현 두산 2군 타격 코치)-이재영(29. LG)-김승회(27)-이재영으로 이어졌다. 2006시즌 16번의 주인공이었던 김승회는 그해 6승 5패 10홀드 평균 자책점 3.95의 성적으로 계투진에서 분투 했으나 이듬해 2승 6패 8홀드 평균 자책점 4.54를 기록하며 주춤했다. 올시즌 16번을 달았던 이재영 또한 10경기서 승,패 없이 평균 자책점 6.88을 기록하고 6월 3일 LG로 트레이드되었다. 반 년 동안 두산에서 주인을 잃었던 배번은 노경은이 다음 시즌 16번을 달기로 하면서 주인을 찾았다. 성남고 시절 유격수 박경수(24. LG)와 함께 '쌍두 마차'로 팀을 이끌었던 노경은은 2003년 두산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하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그는 프로 데뷔 이후 팔꿈치 부상과 병역 복무 등으로 쉽지 않은 프로 생활을 보내며 확실한 모습을 보이는 데는 실패했다. 노경은은 올시즌 3경기서 1패 평균 자책점 6.23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그는 지난 10월 일본 미야자키서 열린 휘닉스 교육리그에 참가해 센트럴리그 우승팀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상대로 선발 등판, 최고 148km에 달한 직구를 앞세워 5이닝 1실점으로 쾌투를 펼치며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특히 당시 요미우리가 포수 아베 신노스케(29)를 제외한 주전 라인업 전원을 출동시켰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눈부신 호투였다. 권 코치의 '당부'에 노경은은 웃으며 화답했다. 아직 16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지급받지는 못했으나 그의 왼손에는 16번과 그의 이름 이니셜이 새겨진 글러브가 끼워져 있었다. 시즌 종료 후 팀 훈련에 묵묵히 참여하며 몸 만들기에 돌입한 노경은. 그가 '16번의 자존심'을 되살릴 수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