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 야구인생', 마해영-양준혁
OSEN 기자
발행 2008.12.22 10: 13

[OSEN=김대호 객원기자] 또 한명의 스타가 야구팬 곁을 떠나갔다. 마해영(38)이 21일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17일 심정수에 이어 일주일 새 두 명의 홈런타자가 유니폼을 벗었다. 마해영의 은퇴 소식을 접한 많은 야구팬들의 머릿속엔 한 선수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마해영의 1년 선배인 양준혁(39)이다. 마해영과 양준혁은 참으로 비슷한 점이 많은 선수다. 우선 큰 덩치에 엉거주춤한 폼이 너무도 흡사하다. 마해영은 192cm, 양준혁은 189cm로 야구선수론 대단한 거구들이다. 여기에 거만해 보이는 팔자걸음도 똑 같다. 그러고 보면 생긴 모습도 어딘가 비슷하다. 야구행적도 닮은 꼴이다. 양준혁은 영남대 88학번, 마해영은 고려대 89학번이다. 대학시절 최고의 홈런타자로 이름을 날린 이들 둘은 프로입단에 앞서 똑 같이 상무를 거쳤다.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 양준혁이 상무에서 전역하자 마해영이 바로 입대해 4번 타자 바통을 이어 받았다. 상무시절 활약상도 엇비슷하다. 양준혁이 1992년 실업야구 추계리그에서 홈런상을 차지하자 2년 뒤인 1994년 마해영이 같은 대회에서 홈런상을 받았다. 김정택 상무 감독은 요즘도 "상무를 거쳐 간 많은 선수들 중 양준혁과 마해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곤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둘이 대학시절 나란히 도루1위를 기록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양준혁은 1990년 대학야구 춘계리그에서, 마해영은 1992년 대학야구 추계리그에서 도루왕에 올랐다. 프로에 들어온 뒤 둘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양준혁은 1993년, 마해영은 1995년 프로 문을 두드렸다. 입단과 동시에 대포를 펑펑 터뜨리는 두 선수의 대결은 프로야구의 흥미를 더욱 돋웠다. 이승엽이 등장하기 전까지 '좌준혁, 우해영'이란 말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라운드밖 활동에서도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길을 걸었다. 1999년 말 프로야구계를 회오리속으로 몰아넣었던 선수협 결성 과정에서 양준혁과 마해영은 맨 앞에 섰다. 동료들이 하나 둘 이탈할 때 맨 마지막까지 남아 선수협을 지킨 이들도 둘이다. 그 결과 고향팀을 떠나 어려운 길을 걸은 것도 두 선수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양준혁과 마해영이 무엇보다 닮은 점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다. 타고난 재능을 넘고도 남는 노력은 이들을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이끌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승부근성 그리고 약점보완을 위한 부단한 연구는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양준혁이 나이를 먹으면서 끝없는 변신을 시도한 반면 마해영은 고집스럽게 자신의 타격을 지킨 게 다소 차이점이다. 양준혁이 팀에 자신의 몸집을 맞추려고 노력했다면 마해영은 자신의 가치를 팀이 받아들여 주길 바랐는지 모른다. 마해영이 먼저 선수생활을 그만 두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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