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감독이 이끄는 KCC가 7연패의 늪에 빠지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 최하위에 처져 있는 KTF가 기록했던 8연패 다음의 수모다. 출전 시간을 놓고 논란을 빚었던 서장훈(207cm)을 이적시킨 뒤 새내기 하승진(221cm)이 발가락 부상을 당하는 악재가 겹치면서 피할 수 없었던 위기이기도 했다. 물론 연패는 극복하면 그만이다. 올 시즌 KCC 외에도 삼성이 비슷한 시기에 6연패에 빠진 바 있지만 다시 5연승을 달리며 단독 5위로 올라선 바 있다. 문제는 서장훈과 하승진을 내세워 올 시즌 KBL 최고의 높이를 자랑했던 KCC가 당분간 높이를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하승진은 지난 19일 전자랜드전에서 입은 부상으로 최소한 3주 이상 결장하게 됐다. KCC의 외국인 듀오 마이카 브랜드(207cm)와 칼 미첼(201cm)의 신장이 작은 편은 아니지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에 새로운 팀 컬러가 필요해진 셈이다. 허재 감독의 선택은 스피드였다. 21일 삼성전은 KCC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실례였다. KCC는 과거와 달리 강병현(193cm), 추승균(190cm), 신명호(183cm) 등에게 30분에서 20분 가량의 출전 시간을 배당하며 작지만 빠른 농구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그러나 허재 감독의 선택이 성공으로 귀결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시즌 도중 급격한 팀 전술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올 시즌 KBL에서 스피드를 추구하는 대표적인 팀으로 꼽히는 KT&G의 이상범 감독대행은 지난 시즌부터 이어지고 있는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개막을 앞두고 4개월 간 맹훈을 벌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변신을 꾀한 KCC를 상대한 안준호 삼성 감독도 "KCC가 빠른 농구를 펼치려 했다. 그러나 전술적인 완성도에서는 조금 문제를 보였다"며 새로운 팀 컬러에 맞는 전술 구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여기에 강병현, 조우현 등 이적생들의 합류도 큰 고민이다. 특히 임재현의 부상으로 중용할 수 밖에 없는 강병현이 얼마나 빨리 KCC 전술에 녹아드냐 여부가 KCC의 위기 극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06-2007시즌 KCC는 10연패라는 악몽도 겪었다. 허재 감독이 과거 '농구대통령'으로 불리던 선수 시절처럼 위기에서 빛나는 리더십을 선보일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악몽을 재현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stylelomo@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