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총재파문으로 '투자의지' 꺾여
OSEN 기자
발행 2008.12.23 07: 33

[OSEN=김대호 객원기자] 정치권의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인사개입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 각 구단의 투자욕구가 싸늘히 식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유영구 KBO 총재 내정자가 정부의 압력 의혹을 받으며 자진사퇴한 22일 프로야구 각 구단의 반응은 허탈감과 냉소로 점철됐다. 모 구단 사장은 "프로야구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부에서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이렇게 의욕을 꺾는 게 말이 되냐"고 울분을 토했다. 한 중견 야구인은 "프로야구에 정나미가 떨어지려고 한다. 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KBO를 보면서 평생 야구인으로 살아온 게 창피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유영구씨 사퇴 발표로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8개 구단 사장으로 구성된 이사회. 프로야구의 권위 있는 의결기관으로서 자신들의 의견을 모아 새 총재를 옹립했지만 정부의 입김에 힘 한번 못쓰고 백지화가 됐다. 이사회에서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새 총재로 추대한 것은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각 구단 사장들은 유 이사장의 취임으로 프로야구에 경영 마인드를 본격 접목해 양적 팽창은 물론 인프라 구축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다. 각 구단 역시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자율 총재'와 함께 낙후된 구장 보수와 신규 마케팅 전략 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사회의 이와 같은 청사진이 물거품이 되자 각 구단의 투자의지도 순식간에 꺾이는 모습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내년 예산은 어느 정도 책정돼 그대로 진행되겠지만 이번 총재건으로 그룹 고위층에서 프로야구단을 바라보는 시각이 위축된 느낌이다. 구단 분위기도 침체된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야구인들은 올림픽 우승과 관중 500만 명 시대를 열고 모처럼 활황기를 맞고 있는 프로야구에 정부와 정치권이 끼어들어 오히려 훼방을 놓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하고 있다. 모 정치 평론가가 "보일러도 아닌데 '거꾸로' 가는 것이 요즘 한국 정치"라고 한 말이 프로야구계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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