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을 타지 못한 김동주의 아쉬움
OSEN 기자
발행 2008.12.23 07: 35

시기가 너무나 안 좋았다. 대한해협 건너 일본 행을 노렸던 김동주(32)의 꿈이 연이은 악재 속에 또다시 물거품으로 변하고 있다. 올시즌 3할9리 18홈런 104타점을 기록하며 두산 베어스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김동주는 유일한 협상 창구나 다름 없던 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 측이 영입 반대 의사를 밝힘으로써 일본 진출의 꿈을 또다시 접어야 할 위기에 빠졌다. 특히 바비 밸런타인 지바 롯데 감독 또한 자의적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 측에 신분 조회를 요청한 이유로 계약 연장에 실패한 것이 일본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김동주의 이미지까지 덩달아 떨어지고 말았다. 선수 이미지, 특히 외국인 선수에 관련한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일본 무대서 사령탑의 입지까지 영향을 미친 김동주의 향후 일본행 가능성 또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3년 간 김동주는 오프 시즌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1차 예선 대만전에서의 부상이 없었더라면 김동주의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은 2006시즌 종료 후가 되었어야 맞다. 그러나 어깨 부상으로 반 시즌 이상을 허송세월한 김동주는 '부상자 특례 혜택' 없이 한 시즌을 허송세월 했다. 국제 대회서의 부상이 아니더라도 FA 선수에게 60일 짜리 '부상자 특례'를 내리는 일본야구기구(NPB)와는 다른 KBO의 처사 아래 김동주는 묵묵히 2007년 세밑을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림 끝에 김동주가 맞은 것은 엄청난 풍랑 뿐이었다. 김동주는 2007시즌 3할2푼2리 19홈런 78타점을 기록한 뒤 FA 조건을 갖추고 일본 진출을 노렸으나 상황은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갔다. 히로시마서 공격형 3루수 아라이 다카히로(31. 한신)가 FA 시장에 나와 있었고 김동주에 대한 현지 시장의 평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2007시즌 도중 김동주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야쿠르트의 한 구단 관계자는 "허리 회전력을 이용한 타격이 좋은 편이다. 수비 동작에도 유연성과 민첩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수비 중심이 다소 높아 좋은 수비수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외국인 야수의 수비보다 타력을 먼저 고려하는 일본 야구 시장을 감안했을 때 그의 발언은 김동주에 큰 관심이 없음을 밝힌 완곡한 '거절 의사'였다. 올시즌 후에는 더욱 안 좋은 상황으로 흘러갔다. '엔고 심화 현상' 속에 일본 구단들은 케빈 멘치(30. 한신), 댄 존슨(29. 요코하마) 등 어느 정도 메이저리그서 족적을 쌓은 타자들을 데려왔다. 멘치나 존슨은 모두 메이저리그서 한 시즌 두 자릿 수 홈런을 때려내며 장타력을 과시했던 타자들이다. 일본 내 다른 구단들 또한 메이저리그서 한창 활약 할 나이의 선수들을 영입하며 '엔고 특혜'를 톡톡히 누렸다. 반면 김동주는 나이 면에서 상대적인 열세에 있었고 2003시즌 이후로는 한 시즌 20홈런을 넘기지 못했으며 잔부상도 많았다. 타구가 편중되지 않는 '스프레이 히터'라는 장점도 있었으나 일본서도 그 같은 유형의 타자는 많다. 올 시즌 중 한국을 찾았던 송일수(일본명 이시야마 가즈히데) 라쿠텐 스카우트는 김동주에 관련한 질문에 "좋은 타자다"라며 짧게 답한 뒤 영입 선상에 김동주가 올라있지 않다는 점을 함께 언급했다. 시일이 늦춰지면서 일본행을 노리던 김동주의 꿈 또한 서서히 흐릿해지고 있다. 특히 김동주의 에이전트가 밸런타인 감독과의 만남으로 입단의 길을 찾았으나 실패했다는 점은 뼈아픈 부메랑으로 다가왔다. 입단식 조차 치르지 않은 선수가 구단과 감독의 갈등에 불을 지핀 격이 되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것은 향후 수년 간 일본 내 김동주의 이미지에 치명타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김동주는 "마지막까지 일본행 가능성을 타진한 뒤 협상을 갖겠다"라며 두산 측에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또다시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커진 김동주. 그의 행보에 야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