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제 마음을 알겠어요". 누구도 토달 수 없었던 최고의 한 해였다. 선발 출장한 27경기에서 반이 훌쩍 넘는 16승을 기록했고 패배는 고작 4번에 그쳤다. 방어율은 2.39였고 이닝 당 출루허용율은 1.17에 불과했다. 퀄리티스타트는 18번이나 올렸고 그 중 11번은 7이닝 이상을 3자책 이하로 막아냈다. 20세 SK 좌완 김광현은 다승과 탈삼진 타이틀을 거머쥐며 시즌 MVP와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들어올렸다. 올해 최고의 투수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지난 8월 열린 베이징올림픽 기간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특히 5⅓이닝 7탈삼진 1실점, 8이닝 2실점(1자책)으로 두 번의 일본전에서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이 때문에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후 한국대표로 아시아시리즈를 참가했을 때도 일본 언론으로부터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고의 스타가 오프시즌 동안 가장 바쁜 것은 당연한 일. 김광현은 시즌 후 하루도 쉬지 못했다. 최근 들어서야 오전 10시부터 러닝, 자전거 러닝, 캐치볼, 웨이트 보강훈련 등 훈련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2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개인훈련 중이던 김광현은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 레퍼토리가 다 떨어졌다"며 하소연부터 했다. 그는 "시즌이 끝나는 그 순간부터 정말 하루도 쉬지 못했다. 매일 시상식과 인터뷰로 정신없이 흘러온 것 같다. 매일 하루에 12개의 볼에 사인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고 힘들어했다. 이어 그는 "솔직히 이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복에 겨운 소리라고 비웃을 수도 있다"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감독님이 언론을 통해서 꾸중하시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구단은 나를 위해 홍보를 하고 싶어한다. 양쪽 모두 당연하기 때문에 더 머리가 아프다. 아무 생각없이 야구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특히 "하와이에서는 30통이 넘는 전화를 받았다. 국제통화요금도 많이 나오는데 걱정"이라면서 "솔직히 주위 선배,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나만 인터뷰를 하고 있어 자꾸 빠진다. 눈치도 보이고 그렇다. 누가 들으면 행복한 비명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누가 알겠나. 이런 내 심정을. 정말 어머니 말고는 하소연 할 때도 없다"고 한숨으로 답답함을 표현했다. 최고 활약을 펼친 해였지만 김광현은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다. 훈련 부족에 따른 내년 시즌 성적 부진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에 "솔직히 지금까지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이 엄청났다. 내가 야구를 하는 것인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올해가 작년과 비교해 더 바쁜 것은 아니다. 그 때도 한국시리즈와 코나미컵 때 잘던져서 올해처럼 바빴다"면서 "스스로 잘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받았다. 야구는 내가 하는 것이다. 주위에서 들리는 부정적인 말은 들어오지도 않을 뿐 아니라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밝혀 본인 스스로 마음을 다잡은 모습이었다. 올해 아쉬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 "아무래도 3관왕을 하지 못한 것과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어율 부문은 KIA 투수 윤석민에게 빼앗겼다. 162이닝을 소화한 이닝수 순위는 7위였다. "사람이 정말 욕심을 내면 한정이 없는 것 같다"고 아쉬운 부분에 대해 털어놓은 그는 내년 목표에 대해서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10승"이라고 짧막하게 답했다. 먼저 목표를 말하면 되는 일이 없었고 매순간 집중하다 보면 결국 그 목적을 이루더라는 자신만의 신념에서 비롯된 말이다. 10승은 대외용 목표고 실제로는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매경기 1승을 향해 던지는 것이란 뜻이다. 그는 예까지 들었다. 고2 때 경기 시작하자마자 7연속 삼진을 잡은 적이 있다. 이를 모르고 있다가 전광판을 본 후 그것을 깨달았고 기록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상훈 선배가 생각났다. 자신이 꿈에 그리던 우상 이상훈은 대학(고려대) 시절 14연속 탈삼진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 생각을 떠올리지마자 8번 타자에게 번트 안타를 맞고 깨졌다. 그래서 항상 목표를 삼지 않는다. 매 순간 집중하려는 이유다. 대표팀 선발 발탁이 유력한 제 2회 WBC대회에 대해서는 "내년 3월에 열리는 만큼 시즌을 앞두고 몸을 푼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될 것 같다"면서도 "올림픽 때도 그랬지만 국제대회를 하고 나면 확실히 실력이 늘어나는 것 같다. 물론 갑자기 기량이 불쑥 솟는 것이 아니지만 상대타자가 힘을 바탕으로 한 강타자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타자와의 승부가 수월한 것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그게 한달 정도라는 것"이라고 웃었다. 한편 김광현은 구단과의 연봉협상에 대해 "어제(22일) 만났다"며 "시즌 MVP 자존심을 지켜달라는 이야기를 전했다"고 말했다. letmeout@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