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산울림소극장 28일까지 공연 작은 소극장을 가득 체운 사람들. 2시간 50분이라는 긴 공연시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배우와 함께 ‘고도’를 기다리고 기다린다. 끊임없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들은 기다림에 지쳐 마지막 눈물을 흘리며 절규한다. 고도를 기다릴 수도, 기다리지 않을수도 없는 이들의 부조리한 극의 구성이 우리네 인생의 우울함을 담았다. 그들의 기다림에서 오는 지루함과 초조함의 고통은 습관처럼 마냥 견뎌내고 있다. 기다림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말을 걸고 질문하며 고통을 이겨내는 이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두 주인공의 의미없는 대화로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된 삶을 그려낸 작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En Attendant Godot)’는 ‘부조리 문학의 정수’라 불리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고 연극무대에서 오랫 동안 사랑받아 왔다. 극단 산울림의 연극‘고도를 기다리며’(연출 임영웅)는 한국과 아일랜드 수교 25주년을 맞아 아일랜드 더블린에 위치한 베케트극장에서 공연한 그대로 산울림 소극장에 올려졌다. ‘고도’는 무엇인가? 연극은 관객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과연 ‘고도’는 오는 것일까? 언덕 위에 이상한 물음표 모양을 하고 서있는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시간을 알리는 붉은 빛의 해와 달의 뜨고 저무는 것이 오직 지겨운 시간의 흐름을 대변한다. 무대 위에 두 사람의 떠돌이는 ‘고도’를 기다리며 나누는 부질없는 대사와 동작들로 관객들에게 독특한 웃음을 선사했다. 노예 럭키와 포조의 납득하기 어려운 두서없는 대화들도 관객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난해한 대사와 행동들로 가득담긴 부조리한 배우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지루하고 무의미한 시간 속에서 관객과 함께 ‘고도’를 기다리게 만들고 ‘고도’의 희망 끈을 부여잡게 만든다. ‘고도’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매일 밤 찾아오는 꼬마의 “고도 씨는 내일 온다”는 말 한마디로 ‘내일’의 기다림을 유지케 한다. 우리가 바라던 ‘고도’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쩜 우리 곁에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고 지나간 우리 기억 속에 몇 번의 ‘고도’가 스쳐갔을 수도 있다. 연극이 막을 내려도 끝내 ‘고도’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네 인생이 무대 위 떠돌이들의 ‘기다림’과 같다하여도, 견디기 힘든 현실 속에서 이들처럼 희망의 한줄기 빛을 부여잡고 ‘고도’를 기다려볼 만하지 않을까. 과연 ‘고도’는 오는 것인가. jin@osen.co.kr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