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FA 계약을 맺은 것이나 마찬가지죠". 베테랑 가득염(39, SK)은 여전히 매력적인 상품이다. 내년이면 18번째 시즌을 맞게 되지만 여전히 김성근 감독의 신뢰 속에서 SK 마운드의 주축 좌완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3년 연속 60경기를 소화할 정도로 체력적인 면에서도 문제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통산 722경기에서 36승 49패 77홀드 11세이브라는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 슈퍼스타는 아니다. 하지만 선발, 마무리, 중간을 오가며 다양한 마운드 경험을 지녔다. 경기수는 808경기의 조웅천(37, SK)에 이은 역대 2번째이며 77홀드는 역대 4위에 해당할 정도로 허리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6년 롯데로부터 방출 설움을 당했지만 SK에서 보란 듯 2년 연속 우승의 기쁨을 안았다. 그는 "초반에 과부하가 걸렸다. 안좋은 상태에서 딛고 일어서려다 밸런스까지 무너졌다. 이승호와 정우람이 잘해줬다. 내게는 그게 오히려 약이 됐다"며 "지난 8월 올스타 브레이크 때 감독님 앞에서 피칭을 많이 한 것이 효과를 봤다. 힘으로 던질려고 했다. 밸런스를 이용했어야 하는 잠깐 잊어버렸다"고 자신의 지난 시즌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번 오프시즌 가득염은 팀의 3년 연속 우승에 일조하기 위해 문학구장에서 오전 10시부터 단계적인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스프링캠프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 23일 튜빙과 캐치볼까지 마친 가득염은 "2년전에 선수생명이 끝날 수 있었다. 내년 재계약까지 했으니 3년 FA 계약을 맺은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소감을 밝혔다. 그는 "우리 팀에는 왼손투수가 넘쳐난다. 이렇게 왼손 투수들이 많고 좋은 팀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 속에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연히 힘겨운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차명석(LG 코치), 권명철(두산 코치), 정민태(히어로즈 코치) 등 각 구단 코치들과 1992년 입단 프로 동기다. 사실상 코치급 선수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어린 후배들과 격의 없이 지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17시즌 프로에서 경험한 바를 조언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선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팀도 어린 선수들을 그의 룸메이트로 배치하고 있다. 이왕기, 나승현, 장원준 등 롯데의 젊은 후배들부터 은퇴한 염종석, 주형광 등 옛 룸메이트 동료들은 지금까지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SK에서는 김광현, 전병두 등과 함께 같은 방을 썼다. "잘 나갈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그 때 한 말이 정답이었다고 인정해줄 때 기분도 좋고 고맙기도 하다"는 가득염은 "기술적인 부분은 코치들의 고유 영역인 만큼 침범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경험담 등 정신적인 부분에서 물어봐줘 고마움을 느낀다"고 뿌듯해 했다. 후배들에게 선수로서 야구를 오래 할 수 있는 본보기가 된 그는 이 때문에 더욱 행동이나 말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그는 "선배라고 해서 후배들을 멀리해서는 안된다. 고충을 들어줄 수 있어야 하고 후배들에게 배울 점이 있으면 받아들여야 한다"며 "가끔 인간 가득염을 평가해달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고칠 수 있는 부분은 고치기 위해서다"고 털어놓았다. 어떤 후배는 "내게만 말해달라"고 욕심을 부리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프로선수는 욕심이 있어야 한다. 프로는 경쟁사회다. 밟히는 순간 못일어난다. 그런 과정을 거쳐 다시 딛고 일어나야 한다"고 좋게 받아들였다. "126경기 중 몇 경기 못뛴다는 생각이 발목을 잡는다. 엔트리나 개막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고 해서 자포자기하고 실망하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러면 못일어난다. 준비를 계속해야 한다. 떨어졌다고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독은 한 시즌 전체를 계획하고 있다. 한 선수를 계속 쓸 수는 없다. 기회는 오기 마련"이라며 따뜻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늘어가는 나이는 어쩔 수 없다. 그는 슬럼프에 대해 "젊었을 때는 모르고 넘어간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심적 부담이 커진다. 그래서 별별 짓을 다하게 된다"며 "고참이 지면 후유증이 크다. 훌훌 떨쳐 버린다고 말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머리는 그것을 기억한다"며 스스로가 짊어진 책임의식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내년 시즌은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왼손 투수들이 워낙 많고 좋기 때문이다. 계산대로 되면 좋지만 스프링캠프에서 아프지 않고 몸을 잘 만들어 대비하겠다"고 단단한 각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전병두, 이승호 등 경쟁자는 더욱 늘어날 것 같다. 하지만 힘없이 물러날 수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후배도 날 이기려다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은퇴시기에 대해서도 시원시원하다.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로서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끝까지 해볼 생각이다. '떨어졌다' 싶을 때 은퇴할 생각이다"며 "하지만 지금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강한 상태다. 나이를 떠나 체력과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것이다. 야구만큼 인생공부가 있겠나"고 웃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SK 멤버들을 조금씩 살찌우고 있는 가득염. 그가 또 한 번 절실한 시즌을 맞기 위해 서서히 예열하고 있다. letmeout@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