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장타자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
OSEN 기자
발행 2008.12.25 10: 58

"장기적인 차원에서 거포로 커 줘야 하는 선수다." '타격왕' 김현수(20. 두산 베어스)의 '변신 예고'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시즌 3할5푼7리 9홈런 89타점을 기록하며 중심 타자로 우뚝 선 김현수는 다음 시즌 장거리 타자로 변신하기 위해 겨우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시즌 김현수를 2008시즌 최고의 히트 상품 중 한 명으로 이끈 김광림 두산 타격코치는 "(김)현수가 타격 시 오른발을 다소 높게 드는 편이다. 상대 투수가 변칙 투구를 펼칠 시에는 대응이 늦은 만큼 타격 페이스를 유지하는 동시에 발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조금씩 낮추는 데 주안점을 둘 예정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한쪽 다리를 들어올리며 타격에 나서는 것은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타격 코치인 찰리 로가 강조했던 '중심 이동 타격'과 맥을 같이 한다. 현역 시절 컨택 히팅에 일가견이 있었던 로는 한쪽 다리를 들어올린 뒤 자연스러운 중심이동을 통해 타구에 힘을 싣는 타격으로 안타를 양산했다. 중심 이동 타격은 스트라이크 존 근처서 타구가 맞아나가는 궤형이 수평에 가까워 바깥쪽 공을 더욱 쉽게 때려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반발력을 이용해 비거리를 더욱 뻗어나가게 하기는 다소 어렵다. 특히 몸쪽으로 다가오는 공에 대한 반응도가 다소 늦어진다는 약점도 있다. 삼성 시절 탁월한 손목힘이 바탕된 '외다리 타법'으로 많은 홈런을 양산했던 이승엽(32. 요미우리)이 몸쪽 공에 약점을 노출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 코치는 그에 대해 "공을 배트에 맞추기는 쉬워 정확한 타격을 해야하는 테이블 세터 요원들에게 추천할 만한 타격이다. 맞아나가는 궤도가 수평에 가깝기 때문에 정확도를 높이는 타격에는 알맞다"라고 이야기했다. 그에 반대되는 타격은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 식의 로테이션 타격이다. 타이론 우즈(39. 전 주니치)와 올시즌 홈런왕(31개) 김태균(26. 한화) 등을 예시로 들 수 있는 로테이션 타격은 팔로 스윙까지 배트에서 손을 놓지 않고 허리의 원심력을 이용해 장타를 양산하는 타격이다. 로테이션 타격은 중심 이동 타격에 비해 공이 맞아나가는 궤형이 수직에 가까워 바깥쪽 공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그러나 임팩트 순간에 허리 원심력까지 이어지는 동시에 팔로 스윙까지 힘이 이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타구가 멀리 뻗을 수 있다. 배트가 공에 맞는 순간 위치가 수직에 가까운 만큼 공의 회전력과 더불어 마찰력을 배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맞아 나간다면 그 효과와 타구 비거리는 어마어마하게 커진다. "바깥쪽 공에 대한 대처는 어렵지만 힘을 제대로 싣는 타격은 확실하다"라고 이야기한 김 코치의 설명에 곁에 있던 손시헌(28) 또한 "확실히 (김)태균이의 스윙을 보면 허리 원심력을 이용한 파워 배팅이 대단했던 것 같다"라며 자신의 견해를 덧붙였다. 김 코치의 발언은 김현수가 '중심 이동 타격'에서 '로테이션 타격'에 가까운 스윙을 해주기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김현수는 시즌 중 "장타를 노리기보다 머릿 속에 그려넣은 스트라이크 존에 공이 올 경우 즉각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변화구보다 직구가 올 경우 '칠 수 있겠다' 싶으면 그대로 휘둘렀다"라고 밝혔다. '장타'보다 '컨택 타격'에 집중했다는 이야기다. 김경문 감독은 포스트 시즌 들어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김현수의 연습 타격을 지켜보며 "히팅 타이밍이 다소 늦다"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두산 타선에 없어서는 안 될 타자였기에 '결장'이라는 극단의 카드는 꺼내지 않았으나 김현수가 보여 준 '중심 이동 타격'에 대한 약점은 이미 팀 내에서도 인지하고 있던 부분이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와 SK와의 한국시리즈서 김현수는 상대 수비진이 짜 놓은 특별한 시프트로 인해 잘 맞은 타구가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는 불운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다. 다음 시즌 상대의 수비 시프트를 초월한 장타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김현수가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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