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부산물에서 중심으로…시대의 희생양에서 도전자로 사극, 시대극 등의 여주인공은 수동적이거나 운명에 순응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2009년 사극과 시대극에서 만날 여주인공은 다르다. 능동적으로 자기 인생을 개척한 주인공들을 만나게 된다. 2009년에는 여성 사극 전성시대다. 1월 3일 첫 방송되는 KBS 2TV ‘천추태후’를 선봉으로 SBS ‘왕녀 자명고’, MBC ‘선덕여왕’이 차례로 시청자들을 찾을 예정이다. 그 동안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사극은 종종 제작됐다. ‘황진이’ ‘명성황후’ ‘대장금’ ‘장희빈’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이들의 운명도 권력을 장악했던 남성에 의해 많이 좌우됐으며 궁중 여성의 모습은 모략과 암투 등으로 관철됐다. 혹은 음식, 예술 등 권력 중심에서 소외돼 있었다. 1월 3일 첫 선보이는 KBS 야심작 대하사극 ‘천추태후’는 대 고려의 이상을 품고 황제국을 선언한 천추태후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채시라가 연기하게 될 천추태후는 황제국 고려를 좌절시키려는 내외의 적들과 싸우며 대의를 위해서라면 오빠와 아들과 연인까지 버리는 철의 여인으로 그려진다. 역사속에 그려진 천추태후는 ‘장성한 아들을 제치고 섭정을 하며 폭정을 일삼았고 정부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을 등극시키기 위해 조카인 현종을 암살하려 든 요부’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는 유교 문화가 강했던 조선시대의 기록으로 천추태후의 업적을 깎아 내린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어쨌든 천추태후는 권력의 중심에서 개인적 욕망이 아닌 대의를 위해 스스로 싸운 최초의 여성으로 그려질 전망이다. 내년 2월 방송 예정인 50부작 ‘왕녀 자명고’ 역시 권력의 중심에서 선 자명고가 끝내 사랑이 아닌 대의를 선택한다는 설정이다.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설화에서 낙랑공주의 헌신적인 사랑이 초점이지만 ‘왕녀 자명고’에서는 낙랑공주의 배신으로 조국이 멸망하자 사랑 아닌 대의를 택한 자명고의 모습을 그린다. 5월 방송 예정인 ‘선덕여왕’은 신라 최초의 여왕으로 김춘추, 김유신 등 당대 영웅들을 거느린 선덕여왕과 정적 미실과의 대립에 초점을 맞춘다. 사극보다 더 운명 순응적 여성상을 그린 게 시대극이었다. 특히 KBS 1TV ‘TV소설’은 여성이 늘 주인공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 가족을 위해 인생을 희생하고 헌신했다. 오는 1월 5일부터 방송되는 ‘청춘예찬’은 기존 ‘TV소설’과 다른 변화를 꾀한다. 시대 배경이 되는 1960년대는 전쟁 폐허를 딛고 자유의 바람이 불어 닥친 시기다. 하지만 여성은 청춘이 억압받았고 남자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청춘예찬’은 60년대를 살아간 청춘들에게도 꿈과 욕망, 열정이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기획의도를 갖고 있다. mir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