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주말 드라마, 짜증과 분통 범벅
OSEN 기자
발행 2008.12.28 09: 20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요즘 주말 저녁 지상파 3사의 TV 드라마에는 세상에 짜증나고 나쁜 일들로 가득찼다. 남편 아내의 동시 다발적 불륜과 이혼, 고부간 갈등이 다반사로 펼쳐진다. 보는 시청자들은 짜증을 내면서도 그 중독성에 채널 고정이고, 만드는 제작자들은 "시청률이 잘나오니 어쩔수 없다"며 자세 고정이다. 현재 방송중인 각사의 주말 드라마는 모두 네 편이다. SBS가 오후 9시부터 연속으로 주말극장 '유리의 성'과 특별기획 '가문의 영광' 두 편을 내보내고 있고 KBS 2TV는 오후 8시 '내사랑 금지옥엽', MBC도 같은 시간대 '내인생의 황금기'를 선보이는 중이다. 약속이나 한 듯 네 편의 주말 드라마가 다루는 주제와 내용은 천편일률적으로 똑같다. 제대로된 가정을 묘사해서는 절대 시청률을 낼수 없다는 판단에서인지 콩가루 집안만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느라 정신없다. 그렇다보니 훈훈한 인간애 등을 다룬 정겹고 따뜻한 드라마를 온 가족이 저녁상 앞에 앉아서 오손도손 시청할 주말 저녁은 사라진지 오래다. 문제는 시청자게시판 등에서 아무리 비난하고 문제점을 지적해도 좀처럼 수그러들지않는 시청률에 있다. 불량식품 제조업자가 아무리 경찰 단속이 심해도 잘팔리니까 계속 만들어내는 현실과 별로 다를 바 없다. 27일에는 AGB닐슨 조사 결과 '유리의 성'이 24%로 선두를 달린데 이어 '내사랑 금지옥엽' 23.6%, '가문의 영광' 20.6%, '내인생의 황금기' 14.3%의 순서였다. 거액의 출연료를 주고 한류 톱스타를 캐스팅한 주간 드라마들보다도 시청률은 훨씬 안정적이고 높게 나온다. 방송 3사가 주말 드라마를 가급적 제작비를 아끼면서 싸구려 신파 위주로 몰고 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지상파 방송국의 드라마 관계자들이 재벌과 서민으로 나누어 엇갈린 불륜과 배신 그리고 고부 및 사돈 간의 갈등, 복수와 음모 등의 신파조 레퍼토리를 단골로 틀어대다 욕을 먹으면서도 "시청률이 보장되니 어쩔수 없다"는 게 바로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 신파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층이 줄어들지 않는 한, '드라마는 짜증내면서 봐야 중독성이 강하다'는 방송가 논리는 계속될 전망이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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