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홈런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같은 전설로 남을 것인가. 프로야구에 40홈런이 사라졌다. 지난 2003년 이승엽(당시 삼성) 56개의 아치를 쏘아 올리며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수립한뒤 40홈런 시대는 폐막했다. 특히 2006년 이대호(롯데)가 26홈런으로 최고의 거포에 오를 만큼 홈런 기근은 심각하다. 2005년 래리 서튼(당시 현대)의 35홈런이 최근 5년간 최다 기록. 40홈런이 사라진 것에 대해 투수들의 기량 향상 탓도 있지만 경기수 축소와 타자들의 기량 저하도 한몫하고 있다. '살아있는 전설' 양준혁(삼성)은 페넌트레이스 경기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준혁은 시즌 도중 인터뷰를 통해 "현재 페넌트레이스 126경기에서 133경기로 늘려야 한다. 7경기가 늘어나더라도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80경기를 치른 뒤 최대 133경기까지 확대됐지만 2004년 병역 파동 이후 선수들이 대거 입대하는 바람에 2005년부터 126경기로 축소된 바 있다. 양준혁은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126경기로 축소된 뒤 한 시즌 홈런 40개가 나오지 않는다. (이)승엽이가 2003년 홈런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경기수가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현역 시절 최고의 좌타자로 명성을 떨친 이정훈 천안 북일고 감독은 타자들의 기량 저하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예전보다 선수층이 얇아져 대형 선수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30여 개의 홈런왕이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내년 시즌 6년 만에 40홈런의 주인공이 탄생할까. '토종파' 이대호와 김태균(한화), '용병파' 카림 가르시아(롯데), 클리프 브룸바(히어로즈)가 40홈런 후보로 손꼽힌다. 국내 최고의 오른손 거포 듀오로 평가받은 이대호와 김태균은 나란히 홈런왕을 거머쥔 바 있다. 이대호는 2006년 홈런 1위(26개)에 올랐고 김태균은 올 시즌 가르시아와 접전 끝에 데뷔 첫 홈런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대호는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서 세계 정상급 투수들과의 대결에서 가공할만한 장타력을 뽐냈다. 특히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하며 병역 부담을 떨쳤고 겨우내 맹훈련을 통해 체력 보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태균은 올 시즌 잔부상 속에서도 한화의 4번 타자로서 제몫을 다해냈다. 시즌 때보다 컨디션도 좋아졌고 대전구장의 이점도 톡톡히 누릴 전망. 올 시즌 롯데 돌풍의 주역 가르시아는 호쾌한 장타력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홍성흔(롯데)의 가세로 가르시아의 부담은 줄어들어 홈런 양산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킬레스건 통증에 시달렸던 브룸바도 40홈런을 때릴 능력을 갖췄다. 2004년 33홈런을 기록한 뒤 2007년 29개, 2008년 13개로 하향 곡선을 그렸지만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언제든지 한 방을 터트릴 수 있다. what@osen.co.kr 이대호-김태균-가르시아-브룸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