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비슷한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사나’ 올 한해 프로그램 최대 화두는 단연 ‘리얼리티’였다. 정해진 각본 밑에서 연출되는 것이 아닌, 언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는 긴장 속에서 시청자들은 울고 웃었다. ‘무한도전’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등 많은 지상파 방송에서 이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케이블 프로그램도 사정은 결코 다르지 않았다. 여기에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리얼리티에 출연하면서 시청자와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저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할 수 있는 연예인들의 모습이 아닌, 나와 비슷하고 내 이야기일 수 있는 일반인들의 목소리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공감의 한 표를 던졌다. 케이블 방송사의 ‘나는 펫’ ‘악녀일기’ 등이 일반인들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얻으며 시즌 제작이 계속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1999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선보인 리얼리티 쇼는 영국, 미국, 프랑스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제는 국내에서도 TV 프로그램의 한 장르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 또한 크다. 이 같은 프로그램이 엿보기 등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바탕으로 하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찰카메라를 비롯, 개인의 사생활을 여과 없이 방송에서 보여주는 등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당장은 매력적일지 몰라도 리얼리티 쇼의 소재가 고갈되고 시들해진다면 방송계는 한동안 그 후유증에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 일반인 리얼리티물의 경우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인 스스로의 책임 의식 부재도 프로그램의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악녀일기‘의 연출을 맡고 있는 김경수 PD는 “이미지를 유지해야하는 연예인에 비해 일반인들은 훨씬 자신의 삶을 거침없이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연예인만큼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딜레마가 존재한다”며 “촬영 중에도 말없이 사라지거나 잠수를 탈 때가 많아 제작진이 고생을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 PD는 “아무리 리얼리티라고 해도 기본적인 흐름은 존재한다. 일반인 출연자가 일주일 내내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계속 그 같은 장면만 보여줄 순 없다”며 “함축척인 구성을 하는 데 제일 많은 손이 간다”고 밝혔다. 가식 따위 필요치 않는 일반인들의 리얼리티는 짜여진 듯한 식상함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줬다. 하지만 장점에 비해 단점도 무시할 수 없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들. 진정 ‘양날의 검’이자 ‘리얼리티의 덫’인 셈이다. yu@osen.co.kr '악녀일기'와 '나는 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