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45) 원주 동부 감독의 별명은 치악산 호랑이다. 선수들의 잘못을 그 자리에서 바로 잡는 강한 카리스마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잘못에 대해서는 상대의 구분없이 과감하게 지적하는 전창진 감독이기에 당연한 별명이기도 하다. 전창진 감독의 이런 카리스마가 가장 잘 드러난 경기 중 하나가 지난 30일 KT&G전이었다. 물론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표출된 경기였다. 이날 동부는 1쿼터서 10-11로 뒤져 한국프로농구(KBL) 사상 한 쿼터 양팀 합계 최소 득점을 기록하는 부진한 경기 끝에 전반을 25-33으로 뒤진 채 마쳤다. 승리할 경우 동부는 단독 1위로 올라설 수 있었지만 경기 내용을 볼 때는 3연패가 유력했다. 그러나 후반전에 나선 동부는 전혀 다른 팀이었다. 당연히 그 원동력은 선수들의 분전이었지만 그 뒤에는 전창진 감독이 있었다. 그 시발점은 김주성의 골밑 공격으로 3쿼터 5분 42초경 39-42로 따라잡은 시점에서 부른 작전타임. 전창진 감독은 포인트 가드 표명일에게 "볼을 제대로 돌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스 매치로 반드시 도움 수비를 펼칠 수 밖에 없는 KT&G에게 공격을 제대로 풀어가지 못하는 모습이 불만이었다. 놀랍게도 전창진 감독의 한 마디는 동부의 경기를 한 순간에 바꾸어버렸다. 단 2분 만에 45-44로 역전하는 저력을 발휘하더니 마지막 4쿼터에서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여기에 표명일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만을 보고 전창진 감독이 매서운 카리스마 밖에 없는 용장이라고 판단한다면 오해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나선 전창진 감독은 선수들의 무력한 경기력을 질타하면서도 마지막에 인상적인 한 마디를 남겼다. 바로 전창진 감독이 경기 도중 목소리를 높인 상대였던 표명일에 대한 칭찬이었다. 전창진 감독은 "(표)명일이가 오늘 15어시스트를 했습니다. 칭찬해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쑥스럽다는 듯 사라졌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