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를 허용한다는 데 대한 부담감이 극심했던 것 같았다." 팀 평균 자책점 4.85로 2008시즌 가장 많은 자책점을 기록한 LG 트윈스 투수진이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 11월 경남 진주서 혹독한 마무리 훈련을 치렀던 LG 투수진은 휴식기에도 잠실 구장을 찾으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 시즌 초반 1선발로 점찍었던 박명환(31)의 어깨 부상과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였던 제이미 브라운(31)의 중도 퇴출로 인해 첫 테이프부터 불안하게 끊었던 LG는 지난 시즌 30세이브를 올렸던 '뒷문 지킴이' 우규민(24)까지 난조를 보이는 바람에 최하위 수모를 면치 못했다. 특히 LG에 5월은 '죽음의 달'과도 같았다. LG는 올시즌 5월 한 달간 9승 18패를 기록하며 최하위 자리로 완전히 밀려나 버렸다. 여기에는 5월 팀 평균 자책점 6.00을 기록하며 무너져 내렸던 마운드의 붕괴 탓이 가장 컸다. 당시 LG는 선구안을 갖춘 로베르토 페타지니(37)를 영입, 팀 타율 2할7푼4리로 경쟁력 있는 타격을 보였으나 찬스 상황서 번번이 무너진 데 이어 붕괴된 마운드로 인해 완전히 주저앉고 말았다. 6월 3일 두산과의 2-2 트레이드를 통해 묵직한 구위를 지닌 이재영(29)을 보강했으나 그 또한 팀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LG는 마운드 면에서 외부 보강이 절실하다'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특히 올 시즌 우규민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마무리 부재'라는 약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것은 너무도 뼈아팠다. 그러나 트레이드를 통한 외부 보강 또한 쉬운 일만은 아니다. LG의 한 구단 관계자는 "만약 트레이드를 시도해 내주기 아까운 소중한 선수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놓는다고 해도 상대 측에서 그에 대해 어떤 시장 가치를 부여할 지가 관건이다. 따라서 트레이드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트레이드가 일어나면 자연스레 '손익'에 관련해 눈길이 모아지는 만큼 섣불리 맞트레이드를 시도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올 시즌 중 LG서 두산으로 이적한 포수 최승환(30)은 최근 자율 훈련 도중 투수들의 '부담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LG 투수들의 구위가 나빴다고 생각지 않는다"라고 이야기 한 최승환은 "LG 투수들은 전체적으로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편이었다"라고 밝혔다. 최승환은 LG 시절 조인성(33)의 백업으로 간간이 출장하면서도 뛰어난 백업 포수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완벽주의가 강한 만큼 피안타에 대한 부담감도 굉장히 컸던 선수들이 LG 투수들이었다"라고 입을 연 그는 "피안타 상황이 나오면 '맞는 것은 나쁜 게 아니다. 너무 개의치 말라'고 이야기 하는 편이다. 그러나 LG 투수들은 부담감으로 인해 땅볼 유도 보다는 출루의 원천 봉쇄를 위해 타자를 완벽하게 돌려 세우는 데 집중했고 그로 인해 '실투'가 나오면서 피안타가 급증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뒤이어 최승환은 "두산 이적 후에는 '투수는 안타를 맞으라고 있는 직업이다'라며 최대한 투수들을 편하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LG 투수들이 다른 투수들에 비해 결코 기량이 떨어졌다고 생각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적극적인 리드를 펼치는 채상병(29)과는 달리 최승환은 투수의 기량을 살려주는 리드를 펼친다"라는 김태형 두산 배터리 코치의 말처럼 그는 '투수들의 형'과 같은 존재로 부담감을 줄여주는 데 노력하는 포수 중 한 명이다. 2008시즌 구단 역사상 두 번째 최하위를 기록한 LG 투수들에게 '부담감 탈피'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6년 간 팬들에게 보여 준 성과가 없었기에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마음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른 팀 선수가 된 최승환이었지만 그는 친정팀 투수들이 부담감을 덜어 낸 투구를 보여주며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고 있었다. LG 투수진이 다음 시즌 한결 가벼운 어깨를 휘두르며 팬들의 사랑에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