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는 승리투수를 위해 던진다는 생각은 버리겠다". 시즌 전부터 히어로즈 마무리로 낙점받은 투수 황두성(33)이 2009년 새해를 맞아 이기적으로 변신한다. 황두성은 지난해 5월 '자진 마무리'를 선언해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선발투수로서 좋은 성적을 올리던 황두성은 당시 팀이 마무리 부재에 시달리며 연거푸 역전패를 내주자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 "내 욕심만 차린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던 그는 오히려 "건방지게 보일까 걱정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새해 들어 "이제 승리투수의 승리를 지켜준다는 생각은 버리겠다"며 "내 세이브를 위해 던진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마무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되도록 많은 부담을 떨쳐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런데 앞 투수의 승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 부담이 되더라. 내 세이브를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던져야 부담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 같아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997년 2차 3순위로 삼성에 지명돼 프로에 입문한 그는 2001년 해태(KIA 전신)에서 현대로 이적한 후 2005년에야 비로소 입지를 굳힌 철저한 대기만성형 투수다. 통산 28승 30패 16홀드 10세이브라는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 선발부터 중간, 마무리까지 두루 경험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시즌 전부터 팀의 마무리라는 보직을 넘겨받은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 마운드 리빌딩을 선언한 김시진 감독이 다카쓰 신고를 대신해 클로저로 낙점했을 만큼 신뢰를 쌓았다. 그는 "감독님과 투수코치가 나를 믿어준 데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할 것"이라며 "30세이브 이상은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목표를 설정하기도 했다. 특별한 부상도 없다. 피곤했던 어깨도 충분히 쉬었다. 현재 몸상태는 60~70%.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이 만들어진 상태다. 앞으로 70~80%까지 수준을 끌어올린 후 스프링캠프로 향할 예정이다. 내년 시즌 첫 풀타임 마무리를 위한 준비 구상도 마쳤다. 2006년 마무리로 활약했던 박준수(32)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받고 있다. 구속도 조금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고구속에 신경쓰기보다는 시즌 내내 145km에서 150km대의 평균구속을 유지하도록 할 생각이다. 구질을 새롭게 추가하는 것보다는 좀더 예리하게 갈고 닦는다. 슬라이더의 각을 늘리고 체인지업도 다듬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투심이나 컷패스트볼과 함께 확실한 위닝샷을 위해 준비한 구질이 있긴 하다. 지난 시즌 내내 연습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때 더 연습해보고 만전을 기해 올해 쓸 수 있을지 신중하게 판단할 생각이다. 그는 "특정팀에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마무리, 선발보다 맡은 이닝이 적은 만큼 힘으로 밀어부칠 수 있는 마무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두성은 내년 3월 열리는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에 대한 준비에도 소홀히 하고 있지 않다. 1차 후보 명단(45명)에는 빠졌지만 2차 후보 명단(32명)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2차에 이름이 올라갔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면서도 "아직 최종 명단에 오르지 않은 입장이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2007년 대만 야구월드컵이나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 때 뛴 적이 있어 큰 부담은 없는 편"이라고 시즌 전 WBC 출전에 대한 각오를 나타냈다. 히어로즈의 새로운 비상과 WBC 대표팀의 4강 영광 재현이라는 과제를 안은 '이기적'인 황두성이 올해 어떤 활약을 펼칠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