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표팀 고민, '주장감'이 없다
OSEN 기자
발행 2009.01.02 08: 14

[OSEN=김대호 객원기자] 김인식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감독이 박찬호(36.필라델피아)의 합류를 학수고대하는 이유는 반드시 실력 때문이 아니다. 박찬호의 '존재'만으로 한국 팀이 받는 상승기운은 엄청나다. 특히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주류를 이루는 WBC에선 박찬호의 조언 한마디가 곧바로 승패와 연결된다. 2006년 1회 대회에서 박찬호는 투수 조장을 맡아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것은 물론 타자들의 장단점을 일일이 알려줬다. 4강 기적의 보이지 않는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박찬호는 2007년 12월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에선 팀의 주장을 맡았다. 베이징올림픽 본선에선 이승엽(33.요미우리)이 '버팀목'이 되었다. 주장 이승엽은 준결승에서 자신의 홈런 한방으로 일본을 누른 뒤 "그 동안 후배들 볼 면목이 없어 괴로웠다"면서 울먹여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각 팀의 스타급 선수들이 모이는 대표팀엔 박찬호와 이승엽 같은 '정신적 지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말 한마디에 모든 선수가 하나로 집결할 수 있는 넘치는 카리스마의 주인공이 필요하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일본 아마추어와 대만에 패한 원인도 따지고 보면 팀의 리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걱정스럽게도 이번 WBC에 나설 대표팀에 '주장감'이 보이지 않는다. 박찬호의 합류여부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불발로 끝날 경우 주장 선임도 쉽지 않을 듯싶다. 42명의 2차 엔트리 가운데 최고 연장자는 포수 박경완으로 만 37세. 하지만 박경완의 성격으로 볼 때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박경완은 목소리를 내기 보단 조용히 상대 타자의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경기에 응용하는 전략가 스타일에 가깝다. 성격도 내성적인 편이다. 투수진에선 손민한이 만 35세로 가장 많지만 문제는 최종 28명 엔트리에 포함될지 미지수다. 야수 중엔 유격수 박진만이 33세로 최고참이지만 대표팀 주장 경력이 없어 선뜻 맡기기 어려울 전망이다. 굳이 나이를 따지지 않더라도 현 대표팀엔 딱 이 선수라 할 만한 '대들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 젊고 빠른 선수 위주로 대표팀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다보니 완급을 조절해 줄만한 베테랑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이다. 1회 WBC의 한국팀 주장은 이종범(39.KIA)이었다. 당시 이종범은 두번 째 일본전에서 결승 2타점 적시타 등 드러난 팀 공헌도뿐 아니라 벤치에서도 남다른 승부욕을 불태웠다. 한국 팀은 이번 WBC에서 선수 구성부터 어려움에 처해 있다. 국민들 눈높이는 1회 대회 4강과 올림픽 우승으로 한껏 올라가 있다. 김인식 감독은 한국 팀의 간판이자 리더인 '주장'을 내세우는 일도 만만치 않은 고민거리 중 하나다. 한편 하라 일본 대표팀 감독은 일찌감치 마쓰자카(29.보스턴)와 이치로(36.시애틀)를 투-타 주장으로 선임해 다른 선수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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