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포지션의 공백을 봉쇄하라'. SK 김성근 시대의 두 번째 막이 올랐다. 지난 2007년 SK에 부임한 후 작년까지 2년간이 '김성근 1.0' 시대였다면 올해부터 시작하는 향후 3년간은 '김성근 2.0'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SK는 사실상 지난 2년 동안 김 감독의 팀이었다. 구단 수뇌부는 '승부사' 김 감독을 데려오면서 고민 한 가지는 덜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최소한 성적과 관련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선수단 운용의 거의 전반을 김 감독에게 넘겼고 지원했다. 이는 곧 눈부신 성적으로 나타났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금자탑이 그것이다. 구단으로서는 '김성근 1.0' 시대를 거치며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프로야구 최고의 히트 상품 중 하나인 '스포테인먼트'를 2.0 버전까지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었다. 2009년 새해를 맞은 SK는 또 다른 김성근 시대를 맞게 됐다. SK는 지난해 11월 김 감독과 3년간 20억 원이라는 '역대 감독 최고 대우' 조건에 재계약을 마쳤다. 이는 오는 2011년까지 SK 선수단이 김 감독 시스템의 지휘 하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항상 변방 취급하던 그룹 내부에서도 SK 야구단 '와이번스'에 대한 인기도가 상승일로에 있다. 그 쐐기를 박고 탄탄한 입지를 굳힐 수 있는 해가 올해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신영철 사장은 계약 당시 "한국야구계의 큰 흐름을 바꾸는 데 SK가 중심에 서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면서도 "3년은 결코 긴 기간이 아니다. SK에게는 '포스트 김성근'을 대비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은 떠나도 시스템과 문화는 남아 있도록 한다'는 SK그룹의 '시스템 경영'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김성근 없이 착착 돌아갈 수 있는 선수단 시스템의 인프라를 구축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여기에는 선수단 내부의 기량 향상과 선수 육성, 나아가 한국야구 전반의 철학까지 포함한다. 단순하게 성적이 강조되던 '김성근 1.0' 시대가 가고 성적을 넘어 야구판의 헤게모니까지 논할 수 있는 3년간의 '김성근 2.0' 시대 첫 해가 2009년인 것이다. 2008 SK는 '2군의 1군화'와 '멀티 포지션'을 부르짖었다. 1군과 2군의 간격을 좁히고 주전들의 공백을 최소하한다는 뜻이었다. 결국 성공을 거뒀고 정상을 차지했다. 2009 SK는 한 발 더 나간다. 전 포지션의 공백 없는 완벽한 SK를 만들어가는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이를 위해 김성근 감독은 유망주와 신인들의 가능성에 더 관심을 기울여 팀의 장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호준, 박정권, 정경배 등이 복귀하지만 이진영이 FA를 통해 LG로 떠났다. 이영욱, 조영민은 군에 입대했다. 레이번과는 재계약하지 않았다. 이재원, 윤길현, 김강민은 수술대에 올랐거나 오른다. 이한진도 좋지 않다. SK는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내야, 외야, 마운드를 가리지 않고 불안한 모습을 작년에 이어 올해 오프시즌 들어서도 드러냈다. 대신 올해는 안경현, 최길성, 손지환, 김용우 등 방출 4인방과 이진영의 보상선수인 이승호로 빠르게 복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게다가 김 감독은 "올해는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붙박이 3루수였던 최정에게는 베테랑 안경현을 붙여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2루수에는 정근우와 정경배, 유격수에는 나주환의 이름을 거론했지만 손지환으로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고졸 유격수 출신 신인 박상현의 방망이가 오른다면 분위기는 더욱 팽팽해질 전망이다. 1루 역시 안경현, 박정권, 모창민, 이호준, 김용우 등이 생존 혹은 플래툰 경쟁을 펼쳐야 한다. 외야는 박재상, 조동화, 박재홍의 기본라인에 모창민, 박정권, 김기현, 이명기, 김용우, 최길성 등이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눈에는 그다지 큰 차별은 없다. 베테랑, 지난해 붙박이와 상관없이 지금 더 잘하고 가능성 있는 선수에게 더 쓴소리를 던질 뿐이다. 그 만큼 평가는 거의 평등하다. 자원이 넘쳐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SK 마운드도 경쟁은 필수다. 김태훈, 박현준 등 젊은 기수들의 대거 등장에 기존 선발진과 중간까지 모두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무엇보다 김 감독은 "어떤 팀에서 트레이드 요청해와도 진지하게 카드를 맞춰볼 것"이라고 선언해 그 어느 때보다 살벌한 분위기다. 2일 베테랑 몇 명과 1.5군들로 구성해 1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고지 캠프로 출발한 SK는 6일, 7일, 9일 순차적으로 선수들을 보낼 계획이다. 김 감독은 5일 출발한다. 더욱 힘겨운 '지옥훈련'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SK가 2009시즌 2.0시대에 걸맞는 첫 발을 잘 걸을지 행보 하나하나가 관심이 쏠린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