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프로구단들, FA 보상제도 탓에 '고민'
OSEN 기자
발행 2009.01.03 13: 21

무언가를 얻기 위해 포기한 자산 중 최대의 가치인 '기회 비용'은 사람들에게 '본전'을 생각나게 한다. 프리에이전트(FA)로 영입한 선수가 실패의 길을 걷고 반대 급부로 이적한 보상 선수가 다른 팀에서 펄펄 날아다닌다면 해당 팀에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1993년부터 FA 제도를 도입한 일본 야구 또한 '보상 선수제'로 인해 12개 구단에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2008시즌 후 FA 자격을 취득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던 노장 좌완 다카하시 겐(40. 히로시마)은 빅리그행 실패 후 일본으로 돌아와 타 구단 이적을 노리고 있으나 보상 선수 문제로 인해 이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시즌 8승 5패 평균 자책점 3.50을 기록하며 콜비 루이스(30), 오타케 간(26)과 함께 히로시마 선발진을 지탱한 다카하시는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으나 그에게 관심을 가진 팀을 찾지 못했다. 소속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우에하라 고지(34. 요미우리), 가와카미 겐신(34. 주니치)이 소속팀을 찾지 못할 정도였고 비슷한 시기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한 미쓰이 고지(36. 세이부)가 포스팅서 무입찰 굴욕을 겪는 등 일본 선수들을 저평가하는 시선이 만연했다. 일본에 잔류할 경우 다카하시의 2009시즌 추정 연봉은 4000만 엔으로 예상되어 일본 내 FA 선수 가운데는 'B 클래스'에 속한다. 히로시마 구단 내에서는 연봉 10위에 속하며 일본 내 전체 FA 38명 중에서도 중간층에 속한다. 최근 라쿠텐으로 이적한 나카무라 노리히로(36. 전 주니치)나 요코하마에 새 둥지를 틀게 된 좌완 노구치 시게키(35. 전 요미우리)는 C등급에 속한 FA였기에 보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은 FA 선수가 이적하기 직전 받았던 연봉에 따라 차등을 두어 A-B-C 등급으로 나눈다. A,B 등급 선수가 이적하게 되면 영입팀은 이전 소속팀에 전년도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한 뒤 30명의 보호 선수를 지정, 제외된 선수 중 한 명을 내주게 된다. 아마추어 야구 환경이 윤택한 만큼 유망주도 많아 30명의 보호선수 지정에도 고민하게 되는 일본의 야구 시장이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 불황과 맞물려 일본 야구계 또한 FA 이적에 대해 선수들에 '보이지 않는 어깃장'을 놓고 있다. 오릭스에서 주니치로 이적한 이후 계투진의 중추로 활약하다 2007시즌 후 FA 자격을 획득했던 우완 히라이 마사후미(34) 또한 "보상 선수제도의 부담으로 국내 이적이 어렵다"라고 밝힌 뒤 결국 8000만 엔으로 삭감된 금액에 도장을 찍은 바 있다. 12개 구단 모두 보상 제도로 인한 부메랑을 두려워해 움직임이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보상 선수들의 활약이 나쁘지 않았던 데에도 이유가 크다. 앞서 언급된 노구치의 보상 선수로 지목되어 요미우리서 주니치로 이적했던 포수 오다 고헤이(31)나 이시이 가즈히사(35. 세이부)의 보상 선수였던 후쿠지 가즈키(34. 야쿠르트), 와다 가즈히로(37. 주니치)의 보상 선수 오카모토 신야(34. 세이부) 등이 이적 후 새 팀의 필수 전력이 되어 원 소속팀의 씁쓸함을 자아냈다. B클래스 마지노선에 걸려 이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카하시에 대해 현지 야구팬들은 아쉬움을 비추고 있다. 한 일본야구 관계자는 "불혹을 앞둔 나이에도 분투한 다카하시가 선수에게 불리한 FA 규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에게 관심을 갖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한시적 은퇴를 택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국내 무대서도 이적에 따른 보상금과 보상 선수제로 인해 FA를 택한 선수가 불이익을 받은 전례도 있었다. 1999시즌 후 김정수(당시 해태), 송유석(당시 LG)이 그 희생양이 되었으며 지난해 이재주(36. KIA) 또한 FA 시장의 미아가 될 위기서 원 소속팀 KIA와 1년 계약을 맺었다. 그 외에도 FA 시장서 외면을 당하다가 선수 생명의 단축을 초래했던 일이 있었다. FA는 오랜 기간 팀을 위해 공헌한 선수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선수 본인이 언제나 자기 관리에 충실해야 한다는 숙제도 있지만 자유를 얻은 선수가 구단들을 위해 만들어진 규정 앞에 무릎 꿇는 일이 이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일본 야구팬들은 보상 규정 완화로 '노장' 다카하시가 구제되길 바라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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