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을 잡아야 살 수 있다. 유독 특정 팀만 만나면 기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천적이다. 4일 벌어질 4경기서 정규리그 3라운드를 마치거나 4라운드에 돌입하는 프로농구 10개 구단의 당면 목표는 천적 관계 청산이다. 자연 생태계서는 천적 관계를 극복하는 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스포츠 세계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 서울 SK-전주 KCC(서울 잠실학생체육관) 올 시즌 SK는 유독 KCC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두 차례 만나 모두 패한 SK는 이날 경기에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SK가 KCC에 설욕을 자신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전력 강화의 요소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친정팀의 위기에 NBA 도전을 포기하고 복귀를 선택한 방성윤이 합류한 SK는 최근 3연패가 고민이지만 전력의 상승효과만큼은 분명하다. 특히 지난 3일 전자랜드전에서는 방성윤이 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또 다른 가능성까지 선보였다. 반면 KCC는 출전시간 논란을 빚던 서장훈이 이적했을 뿐만 아니라 하승진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며 전력에 큰 손실을 입었다. 높이의 농구에서 빠른 농구로 변화를 겪은 KCC가 천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부산 KTF-인천 전자랜드(부산 사직체육관) '꼴찌' KTF도 전자랜드만 만나면 움츠러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방적인 천적 관계는 아니었다. 역시 지난해 11월 전자랜드를 상대로 2패를 기록하며 고개를 떨어뜨렸던 KTF는 구랍 26일 75-69로 승전보를 올리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만약 이날 전자랜드를 꺾을 수 있다면 천적 관계가 아닌 팽팽한 맞수로 상황은 바뀐다. 오리온스를 꺾으면서 다시 한 번 상승세를 탄 KTF는 제이슨 세서와 양희승의 활약에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천전 관계의 고착을 노리고 있다. 서장훈을 영입하면서 전력의 강화를 꾀한 전자랜드는 지난해 12월의 패배는 전술 변화에 따른 사소한 문제였을 따름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날 경기는 서장훈의 전자랜드 이적 후 첫 출전 경기였다. 최근 서장훈과 리카드로 포웰의 호흡이 맞아가면서 공수가 살아난 만큼 달라진 경기력이 기대되고 있다. ◆ 창원 LG-울산 모비스(창원 실내체육관) 모비스는 LG를 만나면 기운이 난다. 개막전에서 LG를 상대로 107-91로 대승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올 시즌 7연승의 고비였던 지난해 12월 역시 88-87로 짜릿한 역전승을 기록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모비스는 이번에도 LG를 꺾고 3일 동부에 패한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브라이언 던스톤과 오다티 블랭슨 그리고 2, 3쿼터의 에이스 함지훈이 버티는 만큼 골밑 대결에서 우위도 예상된다. 하지만 김효범이 부진하고 리딩 가드 김현중의 부상이 고민이다. 3일 삼성의 창단 첫 10연승을 저지하면서 자신감을 쌓은 LG는 이번에야말로 천적 관계를 청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주축 선수인 현주엽과 조상현이 여전히 살아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지만 브랜든 크럼프와 아이반 존슨의 빼어난 활약에 시름을 잊고 있다. 여기에 놀라운 신인 기승호가 삼성전의 활약을 재현한다면 박빙의 대결이 예상된다. ◆ 안양 KT&G-대구 오리온스(안양 실내체육관) 전자랜드와 동부 그리고 삼성에 차례로 패하며 올 시즌 팀 최다인 3연패를 기록한 KT&G에 오리온스는 반갑다. KCC와 모비스에 잇달아 패하며 첫 위기를 맞았던 지난해 11월 16일 첫 대결에서는 연패탈출의 대상이었고 11일 뒤에 만났을 때는 5연승의 제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리온스는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김승현이 부상에서 복귀한 오리온스는 크리스 다니엘스가 분전하고 전정규와 이동준이 자신의 기량을 되찾으면서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대체 외국인 선수 마이클 조이너의 부진이 고민이지만 전력만큼은 지난해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KT&G는 캘빈 워너와 황진원이 부상으로 쓰러졌고 양희종 또한 저조한 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주희정을 중심으로 펼치는 속공이 살아난다면 마지막까지 승부를 예측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stylelomo@osen.co.kr 지난해 12월 26일 전자랜드-KTF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