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장동건과 정우성, 그리고 김태희. KBS 2TV 일요일 밤의 '박중훈쇼'가 첫 방송부터 차례로 초대한 게스트 명단은 너무 화려해서 빛이 날 정도다. 진행자는 이름 그대로 대한민국 톱스타 박중훈. 그러데 시청자 반응은 뜨뜻 미지근하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박중훈은 충무로의 재담꾼으로 유명하다. 영화제 등에서 곧잘 무대에 올라 객석을 웃기는 유머 감각은 일품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심야 토크쇼를 진행하게 된 배경도 그의 두터운 인맥과 재치 넘치는 언변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초대 손님으로서 보여준 단발성 입담과 두 시간여 토크쇼를 이끌어가는 진행 능력은 비교 불가능이다. 특히 1인 토크쇼의 성패여부는 전적으로 메인 MC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C석에 앉은 박중훈은 아직 그 자신조차 불편해 보인다. 대화할 때의 표정이 굳어있기 일쑤고 말투는 경직돼 있다. '자니윤쇼'나 '이홍렬쇼' 등 기존에 성공한 1인 토크쇼의 진행자들은 오랜 경력을 쌓고서 자기 자리를 굳힌 케이스다. 오래전 은퇴한 자니 카슨이나 그 뒤를 이어받은 데이빗 레터맨 등 해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름값 하나로 처음부터 1인 토크쇼를 시작한 박중훈이 백척간두에서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첫번째 이유다. '박중훈쇼'를 지켜보면 박중훈과 스타의 대담은 준비된 질문지를 읽고 대답하듯 대화의 물줄기가 뚝뚝 끊긴다.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진행자와 게스트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1인 토크쇼 특유의 매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보니 간간이 터져나오는 유머의 폭발력까지 떨어지고 지루함만 더해지는 게 현실이다. 둘째는 박중훈의 영화배우 경력이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장동건, 정우성, 김태희는 박중훈이 아니라면 토크쇼에 모시기(?) 거의 불가능한 신비형 톱스타들이다. 절친한 선배인 박중훈을 믿고 토크쇼에 나와준 게 이득이라면, 이들의 믿음을 배반할 수 없는 게 박중훈에게는 큰 약점이다. 게스트가 곤란해 할 질문은 가급적 삼가하고, 체면치레상 '연기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식의 민감한 얘기를 꺼내더라도 곧바로 게스트를 감싸는 결론으로 몰고가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와는 정반대의 진행이다. 이래서는 TV 예능 프로에서 좀처럼 만날수 없는 톱스타를 보려고 일요일 밤 늦게까지 기다린 시청자들의 불만을 살 수 밖에 없다. 셋째는 '박중훈쇼' 전반의 단순함이다. 초대 게스트의 화려한 이름 외에는 마땅한 볼거리와 웃을거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보조 MC를 하차시키는 조치를 취했지만 4일 방송분에서도 더 나아진 내용은 찾기 힘들었다. 4일 '박중훈쇼'의 전국시청률은 AGB닐슨 조사결과 7.6%로 조금씩이나마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크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박중훈쇼'만의 특성을 개발하는 게 급선무일 것 이다. mcgwire@osen.co.kr KBS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