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VS '너는 내 운명’ 불치병, 극과 극 반응
OSEN 기자
발행 2009.01.05 16: 38

KBS 1TV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이 종영을 앞두고 백혈병을 소재로 극적인 상황을 연출,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과는 무관하게 백혈병 관련 단체에서는 “백혈병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고 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국백혈명환우회 사무국장은 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너는 내 운명’에서 다뤄지고 있는 백혈병에 관한 설명이 ‘허무맹랑’하며 백혈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극중 주인공 장새벽(윤아 분)을 모질게 괴롭혔던 시어머니 양금석과 생모 유혜리 모두 백혈병에 걸려 골수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양금석과 여동생 골수가 일치했지만 기증을 거부해 결국 유전적합성검사(HLA) 결과 장새벽이 시어머니에게 골수 이식을 결정했다. 문제는 장새벽이 시어머니에게 골수를 주기 위해 생면부지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 기증을 거부했고 그 환자는 결국 새벽의 생모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사무국장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흥미진지하고 긴장되는 설정이지 몰라도 백혈병 환자나 그 가족의 입장에서 정말 소설 쓴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설명에 의하면 “타인간 골수가 일치할 확률은 2만 5천분의 1에 불과한데 장새벽과 시어머니의 골수가 일치한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이다. 이것까지는 양보하더라도 생모의 골수가 일치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허무맹랑하다. 부모와 자녀 간에도 골수가 100% 일치할 수 있지만 극히 희박하고 대부분 50%만 일치한다. 드라마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골수 기증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골수기증 거부율은 세계 최고다. 10명이 골수기증을 하겠다고 등록했으면 7명이 최종 단계에서 거부하거나 중단한다. 이로 인해 매년 1000명 이상의 백혈병 환자들이 사망하고 있다. 때문에 사무국장은 “적어도 ‘너는 내 운명’이 일일 가족드라마로서 ‘백혈병, 골수기증’ 이라는 위험한 카드를 꺼낸 이상 수많은 백혈병 환자와 가족들을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결국ㅍ‘너는 내 운명’이 백혈병을 소재로 자극적이고 작위적인 설정으로 시청자들에게 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심어주고 있다는 말이 된다. 반면 2007년 봄 방송됐던 MBC 드라마 ‘고맙습니다’다는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 데 공헌한 것으로 큰 호평 받았다. 이 드라마는 수혈 과정에서 에이즈에 걸린 꼬마 봄(서신애 분)과 홀로 에이즈 걸린 딸을 키우는 미혼모(공효진 분), 이들의 가족인 치매 할아버지(신구 등)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다뤘다. 드라마에서는 일반인과 똑같이 생활하는 봄이를 통해 “에이즈가 일상에서는 쉽게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웠고 많은 시청자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실제로 드라마가 끝난 뒤 사단법인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드라마 시청자가 비시청자보다 10%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긍정적 태도 변화를 보였다고 나타났다. 이처럼 민감할 수 있는 에이즈와 백혈병에 대해 다룬 두 드라마가 극과 극의 반향을 일으킨 것은 접근하는 방법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너는 내 운명’은 단순히 극의 재미를 위해 백혈병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자극적으로 다뤘다. ‘고맙습니다’는 에이즈 환자들의 고통을 대변하고 사람들의 편견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차이가 ‘막장드라마’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극과극의 결과를 낳았다. mir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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