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다른 선수가 37번을 달고 있는 걸 보고 있으려니 어색하더라." 1992년 입단 이후 16시즌 동안 정든 베어스 유니폼을 벗고 코치 수업을 받게 될 예정인 '장샘' 장원진(40)이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6일 잠실 구장에서 만난 장원진은 익숙한 유니폼이 아닌 사복 차림으로 라커룸을 찾았다. "선수 라커룸에 있어야 할 지 코치실에 있어야 할 지 어색하다"라며 웃어 보인 장원진은 2000시즌 3할2푼3리 7홈런 59타점을 기록하는 동시에 170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이병규(35. 주니치)와 함께 최다안타 공동 1위에 오르는 등 프로 통산 16년 간 2할8푼4리 51홈런 505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장원진은 타구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스프레이 히터'로 명성을 날리며 상대 팀을 곤혹스럽게 한 타자로 유명했다. 그동안 장원진이 달았던 37번은 2년 차 사이드암 투수 고창성(24)이 이어받게 되었다. 정든 유니폼을 벗게 된 심경을 묻자 장원진은 "내가 아닌 (고)창성이가 37번을 달고 있는 걸 보니 어색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인지 지금 이 시간도 내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2월에 일본 후쿠오카로 이동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협력 아래 3개월 정도 코치 연수를 받을 것 같다. 그 이후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이라고 밝힌 장원진은 지난 2년 간 타격 코치 역할도 맡으며 후배 양성에 힘을 기울였다. 가장 애정이 가는 후배를 꼽자 장원진은 상무 제대 후 복귀한 손시헌(29)을 이야기한 뒤 "(손)시헌이가 입단할 때부터 친하게 지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심성도 착해서 특히나 애정이 가는 후배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뒤이어 장원진은 "시헌이가 한창 잘 나가던 시기에 군에 입대했다는 점도 있어서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라며 손시헌의 2009시즌 분발을 바랐다. 장원진 또한 한창 주전으로 자리매김할 시기이던 1996년 '방위병 출전 금지' 조항의 첫 피해자가 되어 한 시즌 동안 출장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은퇴식을 따로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장원진은 "은퇴식을 하게 되면 내가 너무 많이 울지도 모르겠다"라며 쑥스럽게 웃어 보였다. 오랫동안 베어스를 지켜 온 장원진이 내딛는 새로운 발걸음에 팬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