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의 '장기 미국체류'를 놓고 소속구단 롯데 뿐 아니라 야구계 전체에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로이스터 감독은 20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제44대 미국대통령 취임식에 참석차 입국일을 8일에서 22일로 연기했다. 롯데는 10일부터 시작하는 합동훈련을 감독 없이 치르게 됐다.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 해 준플레이오프 직후인 10월14일 미국으로 떠나 정확하게 100일 동안 팀과 떨어져 있는 셈이다. 롯데 선수들은 감독 없이 마무리훈련을 소화했고, 코칭스태프가 정해준 스케줄에 따라 개인별로 자율훈련을 해왔다. 롯데를 제외한 다른 구단은 시즌 뒤 보름가량의 휴가를 빼곤 감독이 직접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며 훈련을 독려했다. 특히 지난 해 우승팀 SK의 김성근 감독은 2군 선수들의 마무리 캠프까지 달려가 손수 훈련 상황을 점검하는 열의를 보였다. 물론 12월과 1월은 비 활동기간이며 외국인 감독 특성상 어느 정도의 장기 휴가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마무리훈련과 시즌 뒤 공식행사 불참과 일방적인 합동훈련 참가 연기 통보는 정도가 지나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롯데 구단은 애써 훈련에 지장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벙어리 냉가슴 앓는 형국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 해 에도 2군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메이저리그식인 1군 중심으로 시즌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가 2군에서 선수를 수혈해야 하는 상황이 수시로 닥치자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은 메이저리그와 달리 2군과 1군의 선수교환이 자주 일어난다. 이 때문에 감독은 2군 선수들의 몸 상태와 특성을 머릿속에 꿰차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 해에 이어 올 해도 2군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지 못했다. 신인 선수와 1군 도약을 꿈꾸는 유망주들에 대한 감독 스스로의 견해가 전혀 없는 것이다. 결국 2군 감독의 추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2년 연속 발생하게 됐다. 롯데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계속 하위권에서 맴도는 바람에 많은 대어급 선수들을 드래프트로 뽑아올 수 있었다. 지금도 롯데 2군엔 당장 주전감인 실력 있는 선수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이스터 감독은 자신의 눈에 들기 위해 겨우내 비지땀을 흘린 이 선수들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시즌을 맞아야 한다. 로이스터 감독은 부임 첫 해 만년 하위 팀 롯데를 4강으로 끌어올리는 업적을 이뤄냈다. 롯데 구단 뿐 아니라 부산 팬들은 올 해는 로이스터 감독에게 정상정복까지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벌써 전문가들로부터 SK와 함께 2강으로 분류되는 등 한층 강화된 전력을 인정받고 있다. 로이스터 감독의 지나치게 긴 공백은 그래서 더욱 진한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롯데 구단은 로이스터 감독과 되도록 마찰을 피하면서 한국적 특성을 이해시키려고 하지만 문화적 차이로만 받이들이기엔 그 간극이 너무 커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