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인생! 연출가 오만석의 '느슨한 즐거움'
OSEN 기자
발행 2009.01.08 09: 01

[리뷰] 뮤지컬 ‘즐거운 인생’…2월 8일까지 충무아트홀 뮤지컬배우 오만석의 첫 연출 작품이어서 화제가 된 ‘즐거운 인생’은 2007년 이준익 감독의 영화 ‘즐거운 인생’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라는 오해를 샀다. ‘무비컬’이라는 오해는 오히려 관객몰이에 효과적이었고 워낙 잘 만들어진 영화였기에 뮤지컬 공연의 막이 오르기 전부터 화두에 올랐다. 뮤지컬 ‘즐거운 인생’은 남녀노소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던 영화와는 판이하게 다른 이미지로 다가왔다.뮤지컬을 관람하는 관객들은 무대 위에 펼쳐놓은 스토리에 빠져들수록 당황스러웠다. 지극히 현실적인 어두운 소재를 과감히 무대 위에 올린 뮤지컬은 관객의 반응을 주목케 하고 흥행여부에 의문을 던지게 했다. 뮤지컬을 찾는 관객들은 화려한 무대효과의 눈요기, 스토리의 자연스러운 감동을 기대하며 “얼마나 재미있는 가?”가 흥행 여부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뮤지컬이라면 자고로 기분전환이 되어야 하는 것이 관건인데, ‘즐거운 인생’은 억지스럽게 웃겨대지 않았다. 기존에 신나고 밝아야 한다는 뮤지컬의 기본 틀을 깨고 묵직한 주제와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이점에서 연출가 오만석은 묵직한 ‘즐거운 인생’을 뮤지컬화 하기 위해 ‘음악’을 부가시켰다. 음향효과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공연장인 충무아트홀 블랙의 음향기기를 교체했다. 뮤지컬에서 ‘음악’은 가장 기본적인 관객과의 소통이다. 이 점을 감안해 음악장르도‘록’을 선택했다. 연출가 오만석은 기본에 충실한 연출방법으로 관객들의 흥을 돋구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뿐만아니라 내로라 하는 음향감독과 밴드를 구성해 한층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도 성공적이었다. 음치학생이 부르는 독일민요 ‘소나무야’를 시작으로 범진이 부르는 ‘거울 속의 나’와 세기가 부르는 ‘새빨간 거짓말’등의 뮤지컬 넘버의 선택도 탁월했다. 오만석의 첫 연출 작품으로 야심차게 준비된 흔적들이 무대 곳곳에 드러난다. 하지만 정리되지 못한 무대구성은 연출의 노력을 무색케 했다. 충무아트홀 공연장의 개방된 무대는 관객의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무대의 구조 탓에 관객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다소 산만한 구석이 있었다. 극을 구성하는 스토리가 너무 많은 것도 집중력을 떨어뜨리는데 한 몫했다. 헤어진 여자를 잊지 못하는 노총각 범진, 빚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선영과 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잃고 고아가 된 고등학생 세기 등의 메인스토리는 그들의 풀리지 않는 인생과 얽혀있는 복잡한 구성으로 극단적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주인공들과의 복잡한 감정선들은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내로라 하는 뮤지컬 배우들이었지만 복잡한 감정 속에서 100% 관객을 끌어당기기엔 쉽지 않았다.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배우가 소화해내는 순간의 장면과 캐릭터에 빠져들기는 어려웠다. 캐릭터와 스토리를 엮어 재미를 부가하고 싶었던 의도는 이해하지만 무대구성이나 스토리의 연결이 전반적으로 집중이 어려운 무대였다. 뮤지컬‘즐거운 인생’은 관객의 입맛에 맞춰 가식적인 ‘쇼’로 치장하는 뮤지컬은 아니다. 어두운 현실 속에서 희망을 찾아보는 뮤지컬로 새롭게 시도된 뮤지컬이다. 어두운 소재인데도 뮤지컬의 기본인‘음악’적인 효과를 충분히 채웠고 관객들이 요구하는 ‘즐거움’도 잊지 않았다. 집중력 있는 배우의 연기와 복잡한 무대구성의 아쉬움은 있지만, 오만석 연출의 첫 뮤지컬은 우려와는 달리 기대이상의 작품이다. 재미로 그려낸 환상이 아닌, 극단적인 현실의 암울함과 다소 복잡하게 얽힌 감정들을 ‘즐거움’의 가장 큰 요소인 음악으로 해소했다. jin@osen.co.kr 뮤지컬 ‘즐거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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