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생활 오래하고 싶으면 컴퓨터 게임을 멀리하라". SK 계형철(56) 2군 감독이 본격적인 스프링캠프에 나선 젊은 선수들에게 컴퓨터 게임을 멀리하라고 당부했다. 계 감독은 최근 문학구장에서 신인급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매년 좋은 자질을 지닌 어린 선수들이 들어온다"고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곧 "모두 선수생활을 오래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정작 선수들은 자기관리를 하지 못해 단명하거나 스스로 재능을 썩히는 경우가 많다"며 "그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컴퓨터 게임"이라고 아쉬워했다. 대부분 칭찬과 웃음으로 선수들을 대하는 푸근한 표정의 그지만 막상 게임의 폐해를 설명하는 모습에서는 진지하면서도 안타까운 표정이 가득했다. "인터넷을 통한 컴퓨터 게임이 일반화되기 전까지는 사실 술이 문제였다"는 그는 "그런데 스타크래프트 등 인터넷 게임 등 각종 게임이 인기를 얻고 노트북이 일반화되면서 술보다는 게임을 즐기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다들 훈련을 마치면 방에 박혀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가 우려하는 것은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아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건전하게 여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경기 혹은 훈련을 마친 후 시작된 게임이 장시간으로 늘어나거나 심하면 밤을 새는 경우도 있어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사람의 몸은 계속 반복되는 자세를 기억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다보면 목부터 시작해 어깨, 팔, 허리까지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는 모르겠지만 그 영향으로 선수들의 자세가 점점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투수나 타자들은 훈련을 통해 땀을 흘려 만든 자세 즉 몸의 기억을 불과 몇시간의 재미를 위해 모두 지워버리는 셈이다. 오히려 처음보다 더 나쁜 자세가 만들어져 돌이킬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그는 "사실 게임이 야구에 미치는 영향이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거나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고 밤새 잡고 있던 마우스 혹은 자판 때문에 손목은 아프다. 결국 휴식을 취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다시 경기나 훈련에 나서야 한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시력은 물론 신체 리듬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의학전문가들은 비슷한 자세로 장시간 앉아 있는 컴퓨터 사용자의 경우 목과 어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목디스크, 관절염, 심부정맥 혈전증 등에 노출될 수 있다. 자판과 마우스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다보면 손목 혹은 팔 관절에 가해지는 반복적인 스트레스로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힘줄에도 영향을 미친다. 계 감독은 "요즘은 노트북 보급이 늘어나다보니 엎드려서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더라"며 "그러면 허리가 아프지 않은지 모르겠다. 당장은 아니라도 결국에는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걱정스런 목소리를 냈다. 그는 신체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시절 지도자로 있을 때 한 투수는 정말 유망한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매일 게임에 빠지더니 재능이 반감되기 시작했다"고 고개를 가로저은 뒤 "잠을 자지 않고 게임을 하다보니 입맛도 없고 예민한 투구 자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연히 잘될 때의 감을 잃었고 스트레스는 쌓여갔다. 게다가 잠이 부족해 점점 반응은 날카로워졌다. 그러다보니 팀 동료들과의 팀워크도 자연스럽게 깨졌다"고 예를 들었다. 사실 컴퓨터 게임의 폐해는 프로구단 현역 감독 및 코치들 대부분이 지적하고 있다. 경기가 늦게 끝나 피곤할텐데도 숙소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게임에 몰두하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선발 투수의 경우는 다른 선수보다 여유가 있어 더 마음놓고 게임을 할 수 있다. 이에 한 구단 코치는 "어떤 점에서는 차라리 술을 마시고 오는 편이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술을 마시면 잠이라도 푹 잘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일본프로야구 타자들 사이에서는 '시력관리' 혹은 '동체시력'에 대해 관심이 높다. 동체시력은 움직이는 사물에 대한 시력을 말하는 것으로 야구에서는 투수들의 빠른 공에 대비하는 타자들의 시력이 해당된다. 일본에서는 스즈키 이치로(36, 시애틀), 가네모토 도모아키(41, 한신) 등이 동체시력 보호를 위해 노력 중이라는 기사가 있다. 히어로즈 전준호(40)도 꾸준한 시력관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결국 한 곳을 계속 주시해야 하는 컴퓨터 게임은 이런 베테랑들이 강조하는 시력관리에 큰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계 감독은 청력에 대한 부분도 언급했다. 그는 "선수들이 경기 전 MP3나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많이 듣는다. 너무 크게 들으면 청각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전자파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집중력이 감퇴돼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자주 그런 모습을 연출한다는 말에는 "안그랬으면 메이저리그로 갔지 한국으로 오겠냐"고 농담으로 넘기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1953년생인 그는 프로야구에서 장수한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82년 프로원년부터 1991년 두산에서 10시즌을 보냈다. 특히 1983년 9월 만 30세의 나이에 무사사구 완봉승을 따냈고 1991년에는 38살의 나이로는 완투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프로 선수들에게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라 일일이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막상 게임 대신 다른 것을 추천하기도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산행 등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여가생활을 추천하고 싶지만 결국 스스로 알아서 신경써야 한다. 조금만 잘해도 몸값을 더 올려받을 수 있을텐데 안타깝다"는 그는 그저 현 젊은 선수들의 세태가 안타까울 뿐이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