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대표팀 가운데 시선을 사로잡는 두 명의 선수가 있다. 임창용(33.야쿠르트)과 김태균(27.한화)이다. 이들 둘의 책임이 막중한 것은 1차적으로 박찬호(36.필라델피아)와 이승엽(33.요미우리)의 '대역'이라는 점 때문이다. 임창용은 1회 WBC에서 박찬호가 맡았던 '수호신'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김태균은 이승엽 대신 중심타선에 1루수로 기용돼 '해결사' 기능을 해줘야 한다. 임창용과 김태균이 한국야구의 터줏대감이었던 박찬호와 이승엽의 임무를 잘 수행해 내면 1회 대회 4강 이상의 성적을 노려볼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엔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박찬호와 이승엽의 불참을 걱정스러워 하면서도 한편으론 최근 기량이 일취월장한 임창용과 김태균에게 적잖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임창용과 김태균을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난 대표팀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기회란 점에서다. 임창용은 2003년 삿포로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 아시아예선 이후 6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태균은 2006년 1회 WBC에 이어 3년 만이다. 임창용은 지금도 6년 전의 악몽을 잊지 못한다. 당시 한국은 대만과 일본에 잇달아 패해 올림픽 티켓을 놓친 바 있다. 임창용은 이 대회에서 대만과 일본전에 모두 등판해 사실상 패배의 원흉이 됐다. 대만전에선 4-2로 앞선 9회말 어이없이 볼넷 2개를 연속으로 내줘 무사 1,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한국은 임창용의 이 볼넷 2개가 빌미가 돼 결국 대만에 10회 연장 끝에 4-5로 졌다. 이어 일본전에선 결정적인 순간 와일드피칭으로 실점의 단초를 제공했다. 한국은 일본에 0-3으로 졌다. 김태균은 3년 전 WBC에서 거의 벤치에 앉아 있다가 돌아왔다. 한국이 치른 7경기 중 3경기에서 1타수 무안타가 김태균의 성적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제무대에 나설 만큼 기량이 무르익지 않아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2회 WBC를 맞는 두 선수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 있다. 임창용은 지난 해 일본으로 건너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일본 진출 이후 고질적 약점이었던 제구력이 많이 좋아져 마무리 투수로서 흠잡을 데가 없다. 일찌감치 '포스트 이승엽'으로 지목된 김태균은 지난 해 처음 홈런왕(31개)에 오른 기세를 몰아 메이저리거들이 총출동하는 WBC에서 한국대포의 위용을 뽐낼 태세다. 투-타의 핵이자 최대 변수이기도 한 임창용과 김태균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WBC의 또 다른 흥밋거리가 될 듯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