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드라마 제작 여건이 많이 악화됐지만 특정 장르를 기피하던 스타, 젊은 연기자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덕분에 가장 보수적이고 올드했던 사극, 아침극, 일일극, 시대극 등에 젊은 배우들이 발을 들이면서 한층 신선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젊은 연기자들은 그 동안 기피하던 장편 드라마에서 많은 중견 배우들과 함께 출연마혀 연기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KBS 2TV 대하사극 ‘천추태후’에서 강감찬으로 출연 중인 이덕화는 제작발표회에서 “다른 사극보다 젊다. 열정과 힘이 있는 사극이다. 현대극보다 사극이 훨씬 어렵기 때문에 그동안 젊은 연기자들이 피했던 게 사실이다. ‘천추태후’는 젊은 연기자들이 많이 출연해 신선할 것”이라고 전했다. 천추태후에는 신애, 김호진 등이 처음으로 사극 도전하며 홍인영, 이채영, 김형민 등이 출연해 젊은 혈기를 발휘한다. 일일극이나 시대극에 스타급 배우들이나 젊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일도 잦아졌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예전에는 아침드라마에 배우들이 출연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아줌마들만 보는 자극적인 드라마라는 인식이 강했다. 요즘엔 아침극의 인기가 높아지고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어 더 이상 배우들이 기피하는 장르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신인들에게는 오히려 아침드라마나나 일일드라마가 기회의 장이다. KBS 1TV TV소설 ‘청춘예찬’에 주인공으로 출연 중인 문보령 소속사 측은 “단막극이 사라지면서 신인들이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게다가 드라마 광고 판매가 현격이 줄어들면서 스타 배우들의 선호도는 더욱 높아졌다. 때문에 신인들이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신인들에게는 선택이 많지 않고 아침드라마 주인공은 큰 기회가 된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아침드라마 중 MBC ‘하얀 거짓말’은 신은경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고 ‘순결한 당신’에서는 안재모, 임예원, 데니안 등이 출연해 눈길을 끈다. ‘청춘예찬’에는 문보령을 비롯해 유다인, 김동건, 이인, 한여운 등 신인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대거 캐스팅됐다. 아이돌 스타 역시 일일극으로 연기 데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아이돌 스타의 연기 병행 자체가 환영 받지 못했다. 인기를 등에 높은 출연료로 미니 시리즈 등에 출연해 기대 이하의 연기를 선보인 예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연기 겸업이 활발하고 연기력도 안정적이라는 평이다. 윤아는 ‘너는 내 운명’을 통해 시청률-연기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고 2008년 KBS 연기대상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슈퍼주니어의 김기범 역시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춘자네 경사났네’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FT아일랜드 최민환은 ‘너는 내 운명’ 후속으로 방송되는 KBS 새 일일드라마 ‘집으로 가는 길’에 캐스팅돼 안방극장을 찾는다. 이들 역시 일일극 출연으로 “많은 선배 연기자들과 함께 연기하면서 연기력이 자연스럽게 늘었다. 많은 것을 배웠다”며 만족해한다. 관계자들은 “불황기라 드라마 제작 여건이 어렵고 스타급 연기자가 아닌 모든 연기자들이 힘든 시기다. 하지만 제작비 절감을 위한 다양한 시도로 그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연기파 배우들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스타급 연기자 스스로도 기피하는 배역이나 장르가 줄어들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여전히 캐스팅이 어렵긴 하지만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mir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