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것은 용납할 수 있어도 포기하는 것은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LG스포츠에 강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변화의 선봉장은 농구단 LG 세이커스다. 승부 근성을 중요시하는 LG스포츠의 안성덕 사장은 인디언 기우제를 자주 예화로 인용한다. “인디언들의 기우제는 과학보다 정확한 미신”이라고. 왜냐하면, ‘비가 내릴 때까지’ 지내니까. 그와 마찬가지로 안 사장은 올 시즌 들어 세이커스 농구단의 본거지인 창원 홈경기에 자주 내려간다. 만약 그 전게임에 패했다면, 그 때마다 “이길 때까지 서울에서 내려가서 경기를 지켜보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신임 사장의 강한 메시지가 전파된 탓인지 선수들의 움직임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명지대 감독 시절 만년 하위팀을 38년만에 전국무대 정상(2005년)으로 이끄는 등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강을준(44) 신임 감독의 집중 조련으로 팀 짜임새가 한결 나아졌다. 강 감독은 끈질긴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의 돌파구를 찾는 스타일. “이름으로 농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를 내세운 강 감독의 지휘 방침에 발맞춰 젊은 선수들이 공수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그 표본과도 같은 경기를 세이커스는 지난 7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보여줬다. 껄끄러운 상대 KT&G를 맞아 경기 시작부터 3쿼터까지 내내 이끌려 가다가 4쿼터 중반 이후 악착수비로 상대 선수들을 지치게 만든 다음 무서운 뒷심을 발휘, 기어코 경기를 뒤집은 것이다. 스코어는 88-82. KT&G의 외곽포에 고전했지만 한 때 9점차의 열세를 딛고 골밑 돌파로 점수를 착실히 쌓고 상대 체력 저하를 틈타 막판에 맹추격을 벌인 끝에 역전극을 펼친 것이다. 그날 경기의 수훈은 민완 가드 이현민(26). 이현민은 174㎝의 단신이지만 두둑한 배짱과 민첩한 몸놀림을 지닌 국내 정상급 가드이다. 미국 프로농구(NBA)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단신(183cm) 가드 앨런 아이버슨(32)이 “농구는 신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을 몸으로 실천하는, 셰이커스의 핵심 선수이다. 창원 LG는 올 시즌 들어 새내기 기승호(20)와 이현민 등이 주축이 돼 여러 차례 ‘일을 냈다’. 지난 1월 3일에는 10연승을 노리던 삼성에 뼈아픈 일격을 가했다. 그 경기도 상대의 체력 소모를 유도하는 귾임없이 뛰는 플레이를 발판 삼아 막판 집중력 싸움에서 한 발 앞서 대기록을 저지했다.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삼위일체가 돼 변모해 가고 있는 창원 LG는 9일 현재 KT&G와 나란히 15승 13패로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1997년 창단 이후 아직 우승 고지에 올라 본 적이 없는 LG는 일단 4강에 드는 것이 목표. 우승전력에 못미친다는 것이 자체 평가이긴 하지만 ‘해보자’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창원 LG는 홈경기 때마다 수훈선수를 선정해 격려금을 주고 있다. 수훈선수는 단순히 득점을 많이한 선수가 아니라 그야말로 팀 승부에 직결되는 활약을 한 선수에게 주는 상. 상금 30만 원의 조촐한 상이지만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우는데는 그만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정신, 그것이 LG 세이커스가 올 시즌 새롭게 태어난 이유였다. 재직중에 반드시 야구와 농구단 동반 우승을 일궈내겠다는 신임 안성덕 사장이 끊임없이 동력을 불어넣고 있는 창원 LG의 변모는 올 시즌 프로농구판에서 눈여겨볼만한 일이다. 창원 LG는 10일(토요일) 창원 홈코트에서 서울 삼성을 맞아 라이벌전을 펼친다. LG는 홈경기이지만 일부러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파란색 유니폼의 삼성과 ‘홍-청’ 맞대결을 갖는다. chuam@osen.co.kr 강을준 창원 LG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