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떤 모임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모임의 의미가 흐릿하다는 소리가 자주 흘러나오고, 모임은 있지만 제대로 되는 논의가 없다면, 쉽게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어렵게 얻은 결론도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면 그 모임은 불필요하지 않을까.
그동안 프로리그 진행을 둘러싸고 경기인들의 목소리 유명무실하다는 불만이 결국 터져나왔다.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승자연전 방식인 프로리그 08-09시즌 3라운드 '위너스리그' 맵 교체를 둘러싼 것이 발단. 프로리그 08-09시즌 1, 2라운드서 사용되던 '네오레퀴엠' 대신 '타우크로스'로 교체되면서 경기인들의 의견보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 경기인들의 불만이다.
특히 이번 프로리그 08-09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생겨난 '맵 선정 위원회'에는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흘러 나왔다. 맵 선정 위원회는 양대 케이블 방송국의 PD, 해설위원, 한국e스포츠협회 경기국 심판진으로 구성됐다. 예전까지 코치들이 참여해 리그 맵을 결정하는 방식과는 큰 변화가 생기면서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큰 불만을 야기시켰다.
한 관계자는 "모든 팀들이 기업의 프로팀이 된 후부터 한국e스포츠협회는 경기인들과의 회의 자체를 의도적으로 꺼려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감독 또는 코치들에 대한 발언권 조차 묵살 시키는 협회의 졸속 행정에 경악을 금치 못할 뿐"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이제 협회의 윽박지르는 발상에 대해서 포기한지 오래됐다"며 맥빠져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05년까지 이어져 오던 감독자회의가 대부분의 팀들이 기업팀이 된 2006년 부터 사무국회의로 바뀌고, 2008년 전략위원회가 생기면서 점점 경기인들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불거져나왔다.
즉 감독자회의 성격자체가 없어졌고, 그나마 경기 내적요소였던 맵에 대해서도 경기인들의 목소리가 아예 사라지면서 오랜기간 쌓여있던 불만이 터져나온 것.
이같은 경기인들의 불만에 대해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중요한 현안들은 전략위원회나 사무국회의서 대부분 결정되는 것이 맞지만, 경기인들의 목소리를 전혀 배제하지 않는다. 시즌 전 워크숍을 통해서든지 각종 루트를 통해 최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회의 입장에 대해 경기인들은 의례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회의가 사라진 대신 전자메일이나 전화통화로 의견을 건의한다고는 하지만 "반영하겠다"는 실제로 이루어진 사례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 경기인들의 생각으로 비약됐을 정도다.
어느덧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시작된지 만 10년이 넘었고, 프로리그가 출범한지 횟수로 7년째가 됐다. 좀 더 체계적으로 현장에서 뛰는 경기인들의 목소리가 들어가야 되지 않나 싶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