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만큼 데려 가라고 하시네요". 지난 9일 히어로즈 김시진(51) 감독은 경기도 고양시 원당구장서 가진 첫 훈련에 앞서 잠시 1년전을 돌아본 후 활짝 웃었다. 그는 지난 2008년 1월 7일 같은 장소에 서 있었다. 그러나 해체를 앞둔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 때만 해도 그는 팀이 히어로즈가 아닌 KT에 매각되는가를 놓고 착잡한 표정이었다.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했다. 팀 존재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선수들에게 농담조차 걸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김 감독은 달랐다. "기존 선수들의 연봉도 올랐고 캠프도 가게 됐다"며 "보시면 아시겠지만 분위기도 아주 좋다"고 담당기자들에게 뿌듯한 마음을 드러내 보였다. 시종 선수들에게 여유를 보였고 썰렁했지만 농담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실제로 히어로즈는 김 감독의 말처럼 좋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거의 모든 선수들의 연봉이 올랐나 하면 2명의 용병 계약도 순조롭게 마쳤다. 스프링캠프지 선정도 잡음없이 해결됐다. 무엇보다 그를 더욱 여유있게 만든 것은 이장석 대표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김 감독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미국 스프링캠프에 원하는 만큼 선수들을 데려가도 좋다"며 "전격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김 감독은 "욕심 같아서는 되도록 많이 데려가야겠지만 팀의 수장으로서 회사 사정도 있으니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환율에 따른 항공비와 현지 체제비 상승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이 대표에 대한 고마움은 고스란히 간직한 채였다. 이는 곧 1년 동안의 야인생활에서 얻은 신념과 더불어 여러 곳으로 파생됐다. 그는 우선 올해 1년차 지도자가 되는 정민태 투수 코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나타냈다. "정 코치에게 보이지 않는 압박을 가했다"며 입은 연 그는 "투수 조련에 대해 모든 선택을 알아서 하라. 힘을 실어주겠다"고 말했음을 밝혔다. 또 전면 드래프트에 맞춰 선수 수급에 대해서도 관여할 생각이다. 시급한 포지션이 어딘지 현장의 목소리를 실어 구단 프런트에 요구할 방침이다. 스카우트 인력이 모자라면 보충을 요구하며 운영팀과 보조를 맞출 계획이다. 인력투자에도 과감해지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선수들에게는 좀더 적극적인 플레이를 요구했다. 그는 "유니폼이 경기가 끝났을 때 더러워져 있어야 한다"며 "다쳐서는 안되지만 직업선수로서 그라운드서 몸을 사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프로의식을)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오는 28일 미국 플로리다로 떠나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단체훈련량은 최소화하고 개인훈련량을 극대화하겠다"며 "담당 코치와의 맨투맨 지도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에 "선수 중 훈련에 불만을 토로할 경우에는 곧바로 귀국조치를 시킬 것이다.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기회는 평등하다. 그러나 노력하는 선수에게는 그 만큼의 댓가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김 감독의 자신감 넘치는 말 속에는 히어로즈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부분으로 차지하고 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