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스캔들', 박보영 괴롭히는 찌질남은 누구?
OSEN 기자
발행 2009.01.11 10: 05

영화 ‘과속스캔들’에서 유일하게 사랑 받지 못한 캐릭터가 있다. 바로 극중 박보영의 첫사랑이자 왕석현의 아빠가 되는 사진작가 지망생 박상윤 역할이다. 박상윤을 연기한 이는 배우 임지규(30)이다.
임지규는 가족 코미디 물인 ‘과속스캔들’에서 거의 유일하게 관객들의 비난과 야유를 한 몸에 받았다. 모든 관객들이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의 안정되고 따뜻한 가정을 바라고 있었지만 그에 반해 자꾸 혼자만 진실을 몰라서 태클을 걸고 갈등을 빚어내는 임지규를 보며 관객들은 “아, 그만 나오지”라는 반응까지 보였다.
여성 관객들의 반응 ‘억울해요’
실제 만난 임지규는 찌질한 박상윤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누구보다 진지한 남자였고 영화에서처럼 빈틈이 많아 보이지도 않는 세심하고 꼼꼼한 사람이었다. 임지규는 먼저 “억울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에서도 그렇고 촬영 당시에도 그렇게 찌질한 모습으로 나올지는 정말 몰랐다”며 “감독님이 자기 친구분 이야기에 비유하면서 ‘이 역할이 공감이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러닝타임이 길어지면서 저와 정남(박보영 분)의 이야기가 많이 줄었다. 서로 데이트하고 정남이를 계속 찾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많이 빠지면서 저의 성격이 급격하게 바뀌는 것처럼 보였다”고 털어놨다.
여자분들이 ‘구질구질해’라고 하면서 제 실제의 모습인 것처럼 오해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남자분들은 공감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개봉한 후에 보니 관객들의 반응이 ‘저 남자 왜 이래’라는 생각지도 않은 반응이 왔다”며 “제가 처음부터 그런 연기를 의도했다면 상관없었을 텐데 그게 아닌 반응이라서 당황했다. 특히 여자관객들이 너무 싫어했다. ‘구질구질해’라면서 그 역할이 제 실제 모습이 냥 오해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남자 팬들은 좀 늘었다”고 미소를 지으며 “중고등학생 남자 애들은 한 여자를 정말 좋아했다면 내가 붙잡을 수 없을 때까지 노력해봐야 하지 않느냐며 공감했다. 남자분들은 그럴 수도 있다는 반응이었는데 여자분들은 너무 싫어하시고 저를 실제처럼 그렇게 오해하셔서 억울한 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캐릭터가 찌질해도 매력적으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건 스스로 반성하고 있어요. 외모도 비호감으로 나온 것 같아요
하지만 일면 캐릭터가 찌질하더라도 매력적으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스스로 반성할 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당시 드라마 ‘타짜’랑 같이 촬영을 하면서 두 개를 같이 하다 보니 제 관리를 못했다”며 “사실 영화에서의 ‘화면발’ 만큼은 자신했다. 단편과 독립영화에서 쌓은 경험으로 ‘화면발’ 만큼은 자신했는데 너무 자신한 나머지 ‘과속스캔들’에서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밝혔다.
“살이 너무 많이 빠졌고 머리도 짧은데다가 파마를 해서 제가 봐도 정말 아니었다”며 “머리라도 좀 예쁘게 하고 볼 살이라도 있었으면 조금은 나아 보였을 것 같은데 주변에서 제 머리를 ‘개미지옥 머리’라고 했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외모도 비호감이었던 것 같다. 외모자체라도 신경을 써서 캐릭터가 찌질하지만 호감 있게 만들어야 했는데 그 부분에서 제 스스로 관리를 못 했던 점은 죄송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강형철 감독님이 ‘정말 고맙다. 그렇지만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강형철 감독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임지규는 그 누구보다 연기를 잘 했고 열심히 연기를 했다. 정말 좋아하는 배우다”라고 했다. 사실 임지규는 독립영화에서는 꽤 유명세가 있다. 영화 ‘은하해방전선’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등의 작품으로 많은 팬들도 확보하고 있고 있다. 그가 상업영화의 첫 문을 영화 ‘과속스캔들’로 연 것이다.
임지규는 “감독님이 관객들의 반응이 그렇게 돌아오자, VIP 시사에서도 신년에도 문자로 ‘정말 고맙다. 그렇지만 미안하다’고 하셨다. 영화 촬영을 하면서는 제가 맡은 역할을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관객들이 바라봐주길 원했지만 그렇게 나오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같이 고생했는데 반응이 이렇게 나와 미안하다고 하셨다. 하지만 강 감독님과의 작업은 너무 좋았다. 앞으로도 다시 작업을 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식상한 배우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서는 “식상한 배우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꾸준하게 작품이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들한테 비슷한 이미지로 보여지는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분명히 했다.
“비슷한 캐릭터로 대중들한테 많이 보여주면 질리고 식상해 한다”며 “이번에 찌질한 캐릭터를 제대로 했다고 다음에 비슷한 역할의 제의가 들어온다면 한번 해 봤으니 조금은 더 편하게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쉬운 선택은 안 하고 싶다. 안 해봤던 연기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을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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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호 기자 ym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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