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신의 아그네스’, 2월 14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아그네스와 닥터리빙스턴, 미리암 수녀의 팽팽한 대립, 이것이 ‘신의 아그네스’의 완벽한 구조를 이뤘다. 어두운 무대 위에 투명한 아크릴 의자 두 개와 재떨이가 놓여 있다. 연신 줄담배를 피워대는 닥터 리빙스턴은 탯줄을 목에 감아 아기를 살해한 수녀 아그네스를 파헤친다. 날카로운 말투와 억양, 무표정한 얼굴의 눈빛, 닥터 리빙스턴은 극이 전개될수록 심리적인 극도의 혼란을 겪는다. 닥터 리빙스턴의 라이터를 열고 켜는 소리는 차갑고 딱딱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게다가 어두움 속에서 자욱하게 피어나는 담배연기는 긴장감 속에 침착하고 섬세한 닥터 리빙스턴의 이미지를 묘사했다. 연극 연출에 도전하는 한지승의 무대는 너무도 건조했다. 무미건조한 무대는 조명 한 줄기에 열연하는 세 배우에 최대한 집중될 수 있게 했다. 순수하고 깨끗한 눈빛과 맑은 목소리의 주인공 전미도는 새로운 아그네스로 기적을 일으켰다. 배우 전미도의 아그네스는 천부적이다. 그녀의 유난히 맑고 고운 아기 같은 목소리는 우리가 원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닥터 리빙스턴의 종교에 대한 냉담함이 너무도 순수한 아그네스의 영혼과 충돌할 만하다. 아그네스의 맑은 영혼을 통해 닥터 리빙스턴의 상처도 고통의 눈물과 함께 흘러내렸다. 초연 당시 배우 윤석화를 스타로 부상시켰던 아그네스가 새로운 아그네스로 전미도를 주목케 했다. 그녀가 보여준 아그네스는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영역을 넘어서 아기를 하느님께 돌려보내고자 했던 순수한 구원에 관객들을 동조시켰다. 닥터 리빙스턴은 어땠는가. 초연 당시에는 아그네스 윤석화 중심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성공적이었다. 덕분에 연극계 최고 스타로 부상하게 됐고 ‘신의 아그네스’라는 대작의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주인공이었다. 연극무대의 재기를 다짐하는 이번 공연에 윤석화는 닥터 리빙스턴 중심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 윤석화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신의 아그네스’ 주역으로 남았다. 한 작품에 대해 끊임없는 열정을 담아낸 연극배우 윤석화에게 박수를 보낸다. jin@osen.co.kr 연극 ‘신의 아그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