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무이한 프로씨름팀 현대삼호중공업 씨름단의 감독이 바뀌었다. 천하장사 출신인 신봉민(35) 코치가 김칠규(43) 전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씨름단 감독의 대물림은 모래판에서 좀체 보기 어려운 미담으로 정초 씨름계에 잔잔한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 씨름단은 작년 말 김칠규 전 감독의 용퇴에 따라 새해부터 신봉민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승격시키고 팀 지휘를 맡겼다. 신봉민 감독은 오는 26, 27일 이틀간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2009 설날장사씨름대회 때 사령탑으로 첫 선을 보인다. 신봉민 신임 감독은 이만기(47), 김칠규로 흘러온 현대 씨름단의 천하장사 계보를 이어온 정통파 씨름꾼 출신. 후배인 이태현과 더불어 현대씨름단 제 2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신봉민 감독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김경수(37), 이태현(33)과 더불어 모래판 신 3강체제를 구축, 이름을 날렸다. 1994년 3월 제30회 천하장사대회 때 일약 정상에 올라 데뷔 33일만에 천하장사 등극의 신화를 일궈냈다. 2005년 12월 은퇴할 때까지 천하장사 2번, 백두장사 4번, 지역장사 8번, 설날장사 3번 등 백두급 강자로 군림했다. 2004년 1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치 36주 중상을 입고 그 후 잠깐 재기하긴 했으나 왕년의 화려한 기량 되찾지 못하고 아쉬움 속에 은퇴, 코치로 후배들을 가르쳐 왔다. 신봉민 감독은 “교통사고로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씨름을 그만둬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컸다”면서 “유일한 프로팀인데다 현재 최병두, 하상록, 장정일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 중이어서 여러모로 부담이 많이 된다. 처음 맡다보니 미숙한 점이 있겠지만 배우면서 나아가겠다”고 소박한 포부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작년 말 김경수와 이태현이 나란히 모래판 복귀를 선언, 신봉민은 지도자로 설날 장사대회 때 이들과 맞닥뜨리게 됐다. 신봉민 감독은 “김경수와 이태현이 앞으로 지도자 생활을 하기 위해 우선 복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씨름판을 살려보겠다는 생각으로 모래판에 다시 서는 만큼 좋은 기술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덕담을 던졌다. 1986년 1월 현대씨름단 창단 멤버로 입단했던 김칠규 전 감독은 “감독생활은 징글맞게 했다”면서 “내가 물러나야 후배들이 올라올 것이 아니냐. 앞으로 옆에서 도와줄 것은 도와주겠다”고 용퇴의 변을 밝혔다. 김칠규 전 감독은 2003년부터 6년간 현대씨름단을 이끈바 있다. 씨름판은 아직도 깊은 침체에 빠져 있다. 2004년을 기점으로 LG증권 씨름단과 신창건설 씨름단이 해체되면서 그동안 현대삼호중공업 씨름단 한 팀만 달랑 남아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나마 현대삼호중공업 씨름단 마저 작년 10월 프로씨름 단체인 한국씨름연맹에서 탈퇴, 사실상 프로씨름은 완전히 와해된 상태이다. 현재 씨름은 아마추어 단체인 대한씨름협회가 산하에 민속씨름위원회를 두고 실업팀과 현대삼호중공업 씨름단이 연합해 대회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 씨름단은 현대 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 애착을 갖고 만들었던 현대 코끼리 씨름단의 후신. 씨름계의 어두운 상황이 마음에 걸리는 듯 신봉민 감독은 “프로팀이라곤 하지만 잇달아 팀들이 없어지면서 프로에 갈 선수들이 실업팀에 입단하는 바람에 크게 구분이 없어졌다”면서 “하루빨리 팀이 생겨나야 프로가 활성화 되고 저변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chuam@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