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들은 왜 영화계를 떠날까
OSEN 기자
발행 2009.01.16 09: 42

[OSEN=손남원의 영화산책]국내 최대의 투자배급사인 CJ 엔터테인먼트가 또다시 영화 제작사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한겨레가 최근 '화려한 휴가' 제작자인 15일 유인택 전 기획시대 대표와의 인터뷰를 보도하면서부터다. 인터뷰에 따르면 CJ는 사기꾼이고 거짓말쟁이다. CJ가 한국영화계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휘어잡은 뒤로 갖은 횡포를 일삼는다는 고발장이나 다름없다. 전국 750만 관객을 동원했던 '화려한 휴가'의 제작사가 이익을 내기는 커녕 4억원 손해를 봤다고 하소연했다. 사실 투자배급의 양대축이었던 쇼박스가 2007년을 고비로 영화 사업에 대한 의지를 접기 시작하면서 충무로에는 CJ 독점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전국적인 CGV 체인을 바탕으로 한 배급망과 10여년동안 수백억 적자로 눈물지으며 쌓은 제작사 압박의 노하우(?)가 지난해부터 부쩍 힘을 발휘하는 분위기다. 유인택씨의 주장 등에 대해 CJ엔터 측은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유 씨의 얘기가 '터무니 없고 사실무근'이라며 속앓이를 하고 있지만 굳이 이를 떠들어 문제를 더 키우느니 해당 언론사에 사실 관계의 잘못을 따지고 말겠다는 수동적 움직임이다. 그러나 한겨레는 16일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이자 제작가협회 회장의 '제작사 다 죽이고 나중에 누구하고 영화 하려고 그러냐고 CJ 사람들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는 멘트를 인용하며 압박을 가중하고 있다. 또 지난해 최대 흥행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제작사 역시 적자에 허덕인다고 보도했다. 한 마디로 한국 영화에 CJ가 악의 축으로 작용한다는 식으로 일선 제작자들의 입을 빌렸다. 이같은 수익 분배 및 저작권, 수수료 문제 등 일선 제작사들의 투자사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CJ를 비롯해 쇼박스, 롯데 등이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을 맞추고 있을 때는 상대적으로 원성의 소리가 적게 들려왔을 뿐이다. 물론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제작사들의 잘못된 관행과 어처구니없는 행태 역시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제대로 된 투자사들이 오랫동안 영화계에 머물지 못하고 떠나버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 투자가 결정된 순간부터 제작사 대표의 씀씀이가 달라진다'는 투자사들만의 조크는 그 불신의 속내를 제대로 드러내는 말이다. 영화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돈을 벌고자 하는 게 제 1 목적이다. 그럼에도 제작사는 영화 흥행에 실패하면 '한국 영화 발전에 한 몫했다'고 훌훌 털어버리고 손해의 쓴 잔은 투자자에 돌리기 일쑤였다. 제작비를 투명하게 쓰지 않고 사욕만 채우는 일부 악덕 제작사들도 투자사의 지갑을 꼭꼭 닫게 만들면서 갖가지 불공정 계약을 요구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번 유인택씨의 인터뷰에는 CJ가 제작사 기획시대에 줄 돈을 제작자의 손에 건네지도않고 기획시대 채권자들에게 줬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듯한 기사 내용이 있다. 기획시대가 '화려한 휴가' 이전의 영화 제작에서 얻어다 쓴 돈이고 갚아야 될 돈이다. CJ측은 "(기획시대 채권자들로부터)압류 신청이 들어오는데 당연히 줄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시네월드 대표이기도 한 이준익 감독은 '왕의 남자'로 1000만 관객을 넘어서기 전까지 수십억원의 빚을 졌다가 한 번에 싹 갚고 사례까지 덧보이는 미덕을 보였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우리네 영화계에서는 그리 흔치않은 예라서 화제를 모았다. 투자자에 대한 빚은 되도록 갚지않고 이익은 챙기려는 제작사들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이다. 투자배급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굳혀가는 CJ의 독선에 제작사들이 울분을 토로하고 공생공존을 외치는 건 분명히 옳은 일이다. 하지만 자기 얼굴에 묻은 오물을 씻을 생각도 하지않은 채 '악의 축' 운운하는 것도 어불성설임에 틀림없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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