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진출 선수들, 왜 줄줄이 실패하나
OSEN 기자
발행 2009.01.17 08: 34

[OSEN=김대호 객원기자]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한국 선수들의 씨가 말라 가고 있다. 탬파베이 우완투수 류제국이 최근 방출대기 통보를 받은 뒤 16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됐다. 하지만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뛰긴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는 한국인 선수는 박찬호(36.필라델피아)와 추신수(27.클리블랜드) 두 명 뿐이다.(백차승은 한국국적이 아니어서 제외) 현재 마이너리그 선수 가운데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만한 재목이 눈에 띄지 않아 얼마 뒤엔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자취를 감출 가능성도 있다. 한때는 10명 넘게 활약하던 메이저리거가 왜 이렇게 사라져가는 것일까.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끝없이 계속되는 승부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단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되는데 웬만한 선수는 버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 위원의 말처럼 그 어떤 조직보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경쟁사회에서 한국선수들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우세한 미국이나 중남미 선수들을 이기기 위해선 엄청난 훈련밖에 없다. 훈련은 자신과의 싸움이고 강한 정신력에서 나온다. 기량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고, 마이너리그에 머무는 것은 정신자세에 따라 달라진다. '연습벌레'라는 별명을 들으며 '훈련만이 살 길이다'는 신조를 갖고 있는 박찬호가 지금까지 메이저리그 선수로 남아있는 이유다. 서재응 김병현 김선우 최희섭 봉중근 류제국 등 마이너리그의 힘겨운 과정을 이겨내고 메이저리그에 오른 선수들이 몇 년 버티지 못하고 다시 마이너리그로 떨어진 것은 더욱 안타깝다. 이 역시 지속적으로 자신을 담금질해야 하는 마음자세가 느슨해진 까닭이 크다. 또 하나의 이유는 국내에서 지도자의 강압적 훈련에 익숙해진 선수들이 미국식 자율훈련에 적응하지 못한데 있다. 프로야구 모 감독은 "미국에서 돌아온 선수의 몸 상태와 훈련방식을 체크해 보고 놀랐다. 미국에서 어떤 식으로 생활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볼 땐 거의 놀다 온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는 대부분의 선수가 한국에서 프로를 거치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 뒤 바로 미국으로 건너간 것도 크게 작용한다. 고등학교 시절 세계 최고수준의 기량을 갖고 있던 선수가 미국에 진출한 뒤 실력이 오히려 감퇴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미국인 코치들은 선수 개인에게 매달려 일일이 훈련을 지도해 주지 않는다. 훈련 스케줄을 주면 선수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따라오지 못하면 도태될 뿐이다. 자원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 미국 구단도 장래성을 보고 거액의 돈을 들여 한국의 어린선수를 스카우트했지만 투자 대비 효과가 적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요즘엔 한국에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갈수록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 한국야구의 위상추락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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