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2009시즌 '근성의 팀' 될 것인가
OSEN 기자
발행 2009.01.17 14: 15

"선두와 최하위 팀의 차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요." 야구는 정신적인 요소가 큰 변수를 낳는 '멘탈 게임'이다. 2002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오랫동안 자리잡은 패배 의식으로 인해 고전했던 LG 트윈스가 사이판 전지훈련을 앞두고 2009시즌 비상을 다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농구단을 맡다 야구단으로 둥지를 옮긴 이영환 단장은 지난 8일 신년 하례식을 마친 후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 단장은 "대개 페넌트레이스는 3연전이 연속된 형태로 치러지지 않습니까. 승률로 따져봤을 때 지난해 우승팀 SK나 최하위로 처진 우리 팀이나 승률은 2승 1패와 1승 2패의 사이에 위치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지난 시즌 LG는 46승 80패를 기록하며 창단 이후 역대 최저 승률인 3할6푼5리를 기록했다. 그에 반해 SK는 83승 43패(승률 6할5푼9리)를 기록하며 페넌트레이스를 제패한 후 한국 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126경기를 치른 8팀의 지난시즌 순위 나열 형태를 지켜보면 큰 차이가 있지만 단순히 승률로 따지면 모두 3할3푼3리와 6할6푼7리 사이에 위치해 있다. 뒤이어 이 단장은 "3연전으로 축소해 따져보면 1경기의 차이 입니다. 이 극간은 선수들의 마인드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시즌 동안 프런트에서도 선수단 보강에 힘쓴 만큼 선수들도 그에 상응하는 성적을 올려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할 승률 이상은 기록해줬으면 좋겠어요"라며 바람을 이야기했다. 시즌 초부터 끝까지 어떤 팀을 만나던지 끈질긴 경기력으로 원하는 목표에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시즌 중 이야기를 아끼던 김재박 감독 또한 "팀 플레이와 반대되는 성향의 선수들은 절대 기용하지 않겠다"라며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현대 재임 시절 검증된 선수들로 안정적인 라인업을 구성하며 '이기는 야구'를 표방했던 김 감독이었음을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지난 시즌 LG의 최하위 추락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선발 박명환(32)의 어깨 부상과 외국인 선발 제이미 브라운의 부진으로 선발진이 붕괴하면서 나타난 투수진의 붕괴, 주전 야수를 대신한 젊은 백업 요원들의 경험 부족 등이 팀 성적 추락의 주 원인으로 제기되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팀 또한 모두 주요 전력 결원 상태에서 상위 성적을 올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훌륭한 변명이 될 수 없다. SK는 4번 타자 이호준(33)에 이어 1루수 박정권(28)까지 시즌 도중 정강이 골절로 시즌 아웃 되었음에도 2년 연속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두산은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이대수(28)의 시즌 초 무릎 부상 후유증과 외국인 우완 저스틴 레이어의 퇴출에도 맷 랜들(32)의 분투와 시즌 중반 신인왕 레이스 물망에도 올랐던 김재호(24) 등을 앞세워 한국 시리즈까지 올랐다. 삼성과 롯데도 마찬가지였다. 고질화된 무릎 부상으로 허덕였던 심정수(34)에 시즌 중반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모두 중도 퇴출한 후 '시즌 포기'설에도 휘말렸던 삼성은 미래를 기대케 한 최형우(26), 박석민(24), 채태인(27) 등 젊은 타자들과 투수진의 '만능 키트'가 된 정현욱(32)을 필두로 한 '지키는 야구'를 앞세워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롯데 또한 주장 정수근(32)의 선수 자격 정지 위기를 딛고 후반기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8년 만의 '가을 야구'를 맛보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말이 있다. 1군 주전력의 이탈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만큼 쓸만한 백업 멤버들이 더욱 근성을 발휘하며 '선수층의 자력 보강'을 이뤄내야 한다. 그동안 결여되었던 정신적인 요소의 보강을 위해 LG는 90년대 'X세대 3인방' 중 2인이던 유지현-서용빈을 코칭 스태프진에 보강했고 베테랑 2루수 박종호(36)를 영입했다. 김 감독은 선수단에 "뛰고 싶어도 뛰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 선수들은 행복한 것이다.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데에 행복을 느끼면서 승부 근성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보온 장비를 갖추고 관중이 가득 들어찬 잠실 구장을 밟은 기억이 오래 된 LG가 2009시즌 팬들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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