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향남에 대한 롯데와 KIA의 상반된 대응
OSEN 기자
발행 2009.01.18 11: 12

약속인가 현실인가. '풍운아' 최향남(38)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무산될 위기에 몰려 있다. 롯데가 돌연 경쟁입찰(포스팅시스템)을 통한 조건부 진출 방침을 정해 최향남의 미국 진출이 쉽지 않게 됐다. 영입에 나선 카디널스 구단이 저연봉자 최향남에 대해 이적료를 포함한 까다로운 절차를 밟을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이 때문에 롯데를 보는 팬들의 눈길이 곱지 않다. 부단히 해외진출을 노크하고 있는 최향남의 도전정신을 가로 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수년 전 최향남을 놓고 KIA도 비슷한 일을 겪은 바 있다. 롯데와 비교할 만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KIA는 약속을 택했다. 지난 2004시즌을 앞두고 최향남은 LG를 떠나 KIA에 입단했다. 당시 최향남이 직접 KIA측에 입단을 요청했다. 그는 "자유계약선수로 오고 싶다. 1년 동안 나를 써보고 시즌이 끝나면 외국진출할 수 있도록 풀어달라"는 조건을 말했다. KIA측은 고민끝에 최향남의 요구조건을 수용해 입단시켰다. 물론 해외진출 문제는 문서상 약속이 아닌 구두약속이었다. 아울러 만일 해외 복귀시 KIA에 우선 입단할 수 있도록 협의한다는 구두약속도 함께 이루어졌다. 최향남은 2004 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 자격으로 해외진출을 노렸으나 무산되자 KIA에 재입단했다. 다시 2005 시즌을 끝내고 미국진출에 성공했고 KIA는 자유계약선수로 다시 풀어주었다. 최향남은 2006시즌 마이너리그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남기고 국내복귀를 타진했다. 당시 최향남은 KIA와 우선 접촉했다. KIA와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서로 입단 조건이 맞지 않았고 KIA가 영입을 포기했다. 이후 최향남은 SK와 협상을 했고 결국 롯데에 입단했다. 결과적으로 최향남을 놓친 셈이다. 그러나 KIA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도 법적인 장치를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구두약속도 계약이었다. 신의를 져버리기 싫어 풀어주었고 최향남도 복귀하면서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다. 최향남의 조건이 높은데다 당시 전력상 최향남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롯데는 최향남을 영입하면서 KIA와 비슷한 구두약속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외진출 문제를 놓고 KIA와 달리 롯데는 복귀보장을 위해 포스팅시스템을 선택했다. 이로 인해 최향남의 미국행은 불투명해졌다. 최향남을 놓고 KIA는 약속을 택했고 롯데는 현실을 택했다. 누가 옳은 것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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