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공백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 열쇠는 최초 내정자로 알려졌던 박종웅(56) 전 한나라당 의원의 뜻에 달려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KBO는 지난 12월16일 신상우 총재가 사임을 밝힌 이후 한 달 넘도록 후임자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KBO 이사회가 12월16일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후임 총재로 추대했지만 '보이지 않은 힘'에 의해 유 이사장은 12월22일 돌연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이후 KBO 주변엔 이런 저런 인물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모두 '설(說)'에 불과할 뿐 후보에 오른 당사자는 물론 정부와 KBO 이사회 어느 누구도 후임 총재에 관해선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여당 고위 책임자와 정부쪽에 두루 인맥을 갖고 있는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정부와 KBO 양측 모두 새 총재를 추대하기 어렵게 돼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하게 꼬여있기 때문이다"면서 "현재로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박종웅 씨가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까닭은 지난 해 중순부터 총재 후보로 지목된 박종웅 전 의원이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도마 위에 올라 심한 흠집을 입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 의원은 잘 알려진 대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일찌감치 차기 KBO 총재로 강력하게 거론된 인물이다. 정가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종웅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에게 KBO 총재자리를 부탁하지 않았으며, 총재 후보로 거론된 뒤에도 전임 신상우 총재와의 관계를 고려해 나서지 않고 묵묵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박종웅 전 의원은 KBO 이사회가 자신의 총재 임명을 막기 위해 서둘러 유영구 이사장을 추대했으며, 자진사퇴도 자신의 입김 때문이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심기가 매우 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웅 전 의원은 측근을 통해 "내 입지를 위해 누구에게도 힘을 쓰지 않았고, 야구계에도 단 한 마디 하지 않았는데 왜 나에게 돌팔매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 했다고 한다. 박 전 의원은 자신이 체육계 '낙하산 인사'의 상징처럼 비쳐지면서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몹시 분개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박 전 의원은 KBO 총재 자리를 떠나 어떻게든 자신의 명예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KBO 총재 문제로 자신의 정치생명마저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박종웅 KBO 총재 반대 움직임이 여론을 통해 확산되면서 정부에서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가뜩이나 인사쇄신이 MB정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때에 여론을 무시하고 박종웅 카드를 밀어붙이기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다른 인사를 지명하자니 박종웅 전 의원과 YS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름이 오르내리는 다른 정치권 인사도 박종웅 전 의원이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KBO 총재 자리를 넘볼 수 없다. '유영구 파문'으로 한 차례 뜨거운 맛을 본 KBO 이사회 역시 특정 인사를 추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적인 분위기다. 결국 KBO 총재의 키는 좋든 싫든 박종웅 전 의원이 쥐고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전 의원이 현재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따라 KBO 총재 공백상태가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