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한국 프로야구사에서 김응룡(67)과 선동렬(46)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김응룡은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우승 10회의 금자탑을 세운 명장이다. 감독출신 최초로 CEO의 지위에 올랐다. 선동렬은 한국야구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고 감독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김응룡과 선동렬은 십수년 넘게 한 배를 타고 있다. 한 차례 공백기가 있었지만 정확하게 17년 째 스승과 제자 사이로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 김응룡과 선동렬이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는 지난 과거가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다. 선동렬은 85년 괴물신인으로 입단, 후반기 7승에 그쳤지만 86년부터 불세출의 에이스로 자리잡으며 89년까지 해태의 4연패를 이끌었다. 던지면 20승이었고 0점대 방어율이었다. 91년 우승에 이어 마당쇠형 소방수로 전업한 뒤 93년 우승을 이끌었다. '무적의 해태'라는 말은 선동렬의 어깨와 위용에서 비롯됐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태 11년 동안 146승, 132세이브, 방어율 1.20이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남겼다. V10의 김응룡 야구를 관통하는 선수가 바로 선동렬이었다. 선동렬 감독이 지난 96년 주니치의 이적으로 두 사람의 인연은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2004시즌 삼성감독과 수석코치로 다시 이어졌다. 김응룡 감독은 당시 두산과 LG에서 감독제의를 받으며 혼미를 겪던 선 감독을 설득해 전격영입했다. 원래 선 감독은 김응룡 감독이 삼성 사령탑으로 옮긴 2001시즌 투수코치 제안을 뿌리쳤었다. 그러나 차기를 보장한 김응룡 감독의 두 번째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부임 1년 만에 김응룡 감독은 은퇴와 함께 사장으로 변신했고 선 감독은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사장과 감독으로 두 사람은 지난 4년 동안 2005~2006시즌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고 이후 2년 연속 4강에 진입했다. 김응룡 사장은 선 감독이 외부에 간섭받지 않고 팀 운영의 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호막 노릇을 했다. 사실 스승과 제자가 아닌 동반자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위기가 닥쳤다. 장원삼 트레이드 파동과 선수도박사건으로 구단이 소용돌이에 빠졌고 김응룡 사장의 거취도 유동적이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지난 4년동안 CEO 공적을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2009시즌은 선동렬 감독의 5년 계약 마지막 해이다. 김응룡 사장도 CEO 5년 째를 맞는다. 선 감독은 '임기내 3회 우승'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승을 선언했다. 선 감독의 거취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우승이든 아니든 선 감독의 주가는 여전히 높다. 야구인들이나 팬들은 선 감독이 올 시즌을 마치고 삼성에 남을 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하게될 지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물론 연임에 성공한 김응룡 사장과의 동반자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지도 또 다른 주목거리가 되고 있다. sunny@osen.co.kr 지난 2004시즌 당시 김응룡 삼성감독과 선동렬 수석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