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왜 김동주(33.두산)인가. 주전 선수들의 잇단 이탈로 팀 분위기가 초상집 같았던 두산이 지난 11일 김동주의 잔류와 함께 잔칫집으로 바뀌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김동주의 잔류가 확정되는 순간 그에게 다시 주장완장을 채워주며 "올 시즌은 기필코 우승을 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얼굴에 미소를 잃은 채 한숨만 내쉬었던 김 감독이 상쾌한 기분으로 전훈지인 일본 미야자키로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김동주'의 존재감을 확인해서다. 과연 김동주가 어떤 선수인데 두산의 목줄을 쥐었다 놨다 한단 말인가. 일선 감독들은 김동주에 대해 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단연 한국 최고의 타자다. '클러치 히터'의 전형이라고 보면 된다. 두산에서 김동주가 있고 없고는 한 마디로 하늘과 땅 차이다". 김경문 감독이 홍성흔 안경현 이혜천이 줄줄이 빠져 나갔어도 김동주가 남는 순간 활짝 웃을 수 있는 것은 그의 변함없는 활약을 굳게 믿어서다. 김동주는 슬럼프가 없는 선수다. 김동주는 1998년 데뷔한 이후 부상으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2005년과 2006년을 제외하곤 9시즌 동안 60타점 이하를 기록한 적이 없다. 60대 타점도 2001년 62타점이 유일하다. 9시즌 합계가 767타점으로 시즌 평균 85.2점을 올리고 있다. 이는 현역 선수 가운데 평균 타점으로 단연 으뜸이다. 당연히 득점권 타율도 높다. 지난 해 김동주의 득점권 타율은 3할4푼6리로 타격 1위인 김현수의 3할7푼9리에 이어 팀내 2위다. 타격 2위인 홍성흔의 3할9리보다 월등히 높다. 해마다 고질적인 허리와 허벅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팀 공헌도가 누구보다 높다. 김동주는 지난 해까지 모두 11시즌 동안 1,196경기에 나가 한 해 평균 109경기의 출장기록을 갖고 있다. 2006시즌 43경기에 나간 것을 감안하면 해마다 거의 전 경기에 출장한 셈이다. 그렇다고 타율이 낮은 것도 아니다. 규정타석을 채운 시즌 가운데 가장 낮은 타율이 데뷔 첫 해였던 1998년으로 2할6푼5리다. 11시즌 동안 3할대 타율이 8차례였으며, 통산 타율이 3할1푼이다. 수비부담이 큰 3루수로서 타격의 정확도와 결정력, 장타력, 여기에 꾸준함까지 갖추고 있는 선수가 김동주인 것이다. 일본진출 실패원인이 특별한 장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김동주만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도 없다는 것이 기록으로 잘 나타나 있다. 예전에 이승엽과 함께 국내에서 활약할 당시 상당수 전문가들은 "김동주가 이승엽만큼 성실하게 훈련했더라면 엄청난 선수가 되었을 것"이라고 아쉬워 하기도 했다. 김동주를 타고난 '천재', 이승엽을 후천적 '수재'에 비유하곤 했다. 두산은 김동주가 중심을 지키고 있는 한 상대 팀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다. 김동주 한 명의 유무에 따라 팀 전력이 중하위권에서 우승후보로 바뀌는 것을 보면 대단한 존재감임에 틀림없다.
